학습 만화를 넘어선 진짜 수학 동화
이 책은 수학책인가? 동화책인가?
『수학 통계당』은 수학 동화책이다. 단순히 수학 문제를 끼워 넣은 학습 만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보통의 수학 만화(동화)책은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함정을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와 수학이 잠깐 만난다. 혹은 내용과 관련된 수학 개념을 잠시 설명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수학 통계당은 다르다. 이야기 자체가 수학적 상황으로 전개되며, 그 안에서 통계적 지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조선시대 역사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어 읽는 동안 역사적 사실도 함께 접할 수 있지만, 이 책의 핵심은 역사 공부가 아니다. 현대의 통계 지식을 활용해 조선시대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아이들이 수를 몰라도 음식이 더 많은 쪽을 알아볼 수 있듯, 과학 원리를 몰라도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질 수 있듯, 조선 사람들 역시 통계적 직관을 생활 속에서 활용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 현대적인 통계 지식을 입혀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를 보여준다.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듯, 통계당은 아홉 가지 사건을 통계 지식으로 해결하며 조선 사람들을 돕는다. 만약 우리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자동차 만드는 것 같은 기술보다도 통계적 지식이 훨씬 더 쓸모 있을 것이다. 특별한 도구 없이도 통계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수학 통계당은 유쾌하고 즐거운 사건 해결 동화다. 통계뿐 아니라, 다른 지식들도 이렇게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점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과학적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할 때 강조한 방식과 닮았다. 그는 복잡한 진화론적 개념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이야기와 비유를 통해 현실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시적 과학”으로 풀어냈다. 『수학 통계당』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이 통계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사건과 조선시대 배경 속에서 통계 지식이 녹아들어 있다.
즉, 이 책은 단순한 수학 학습이 아니라, 도킨스가 강조한 것처럼 지식을 즐겁게,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동화적 접근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과 통찰력을 길러주는 동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