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조금씩 나아간다. 방향이 중요하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를 좋아한다.
내 인생에 큰 변화를 준 인물이며, 과학의 재미를 알려준 사람이다.
이 책은 도킨스의 저서 중 비교적 최근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한 관점—즉 생명의 진화는 곧 유전자의 진화라는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증명하는 느낌이 든다.
거미집, 날개, 눈, 고동, 무화과나무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예시를 통해 복잡한 진화 과정을 설명한다.
덕분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도킨스다운 통찰이 살아 있다.
그래서 초보자를 위한 진화론 입문서로도, 도킨스를 오래 읽어온 독자에게도 흥미롭다.
진화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눈처럼 복잡한 기관이 어떻게 우연히 생길 수 있냐”라고.
하지만 도킨스는 말한다.
위대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꾸준한 변화의 결과라고.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컴퓨터나 반도체, 그리고 우리가 상상 못 할 복잡한 것을 만드는 사람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그런 기술을 익혔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배우고, 수많은 날들을 쌓아 올렸다는 것을.
그들의 성장은 눈부시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완만한 언덕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완만한 언덕을 오르는 것, 즉 학창 시절 12년과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보지 못했다.
진화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눈의 진화 뒤에는 수십 번의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있다. 진화는 너무 느리기에 우리는 그 과정을 직접 목격하기 어렵지만, 가끔 자식의 키가 훌쩍 자란 것을 보고 놀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 변화는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는 종종 “오늘 하루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하루의 작은 변화가, 인생 전체로 보면 성장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진화가 그러했고, 인간의 삶도 그러하다.
이 책에서 마음에 남은 문장은 하나다.
무작위 속에서도 방향이 있다. 우연 같은 환경 속에서도, 선택의 축적이 인생을 만든다. 진화가 그렇게 이어져 온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성장한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