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서 우리가 되기까지
어제 《긴긴밤》을 읽었다.
긴긴밤. 이름만으로도 시간이 천천히 흐를 것 같다.
늘 그렇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걱정이 많은 시간은 좀처럼 지나가지 않는다.
개학 전날 밤, 아이들은 어떤 긴긴밤을 보냈을까?
이불속에서 눈을 감아도 쉽게 잠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친구와 같은 반이 될지,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설렘과 걱정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두드렸을 것이다.
지난 일요일, 개학 준비물을 사러 다이소에 들렀다.
한 코너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새 학기를 부탁해.’
누구에게, 무엇을 부탁하는 걸까?
연필을 고르는 아이의 손끝과 그 옆에서 함께 설레는 부모의 눈빛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개학은 학생만의 일이 아니었다. 온 가족이 함께 개학하는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어쩌면 나는 그 부탁을 받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좋은 친구를 만나기를, 자신을 이해해 줄 선생님을 만나기를 부탁하고 기도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학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나도 정말 잘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누군가 나를 만나고 나서, 그 부탁이 이루어졌다고 느낄 수 있기를.
《긴긴밤》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목소리만으로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발소리만으로 더 빨리 걷고 싶어 하는지 쉬고 싶어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우리’는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께 걷고, 함께 버티고, 서로의 목소리와 발소리를 알아가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생겨나는 말이다.
새 학기를 맞은 모든 아이들이, 한 해가 끝날 무렵에는 우리 반(각자 자기반)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득 안고 돌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