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 올더스헉슬리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내 인생의 책들'을 읽으며 알게 된 책이다. 잠깐 언급된 책이며 도킨스가 인생의 책이라고 말한 책은 아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고통과 불행은 없어야만 하는가?
이겨낼 수 있는 고통을 겪고, 즐거운 일도 있는 것이 행복인가?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죽지 않는 고통은 나를 성장시킨다. 젊을 때 나의 좌우명이기도 했다.)
이 책은 나의 인생관을 제법 흔들 것 같다.
먼저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는 힘든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직업에는 월급의 차이는 있다. 월급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상관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월급도 작고, 일하는 시간은 많으며, 일하는 환경은 좋지 않은 곳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 일을 하는 사람이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더 나은 환경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 일을 하면서도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좋을까?
이 책의 세계는 어떤 일이든지 하면서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멋진 신세계이다. 고통과 불행이 없는 신세계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수정란 때부터 환경을 조정하여 키와 외모 등을 정하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해야 하는 직업이 정해지고 등급에 따라 자라는 환경이 다르다. 그리고 매일 최면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도록 한다. 이 모든 것은 사회에 필요한 하나의 부품으로써 제작된다. 이들에게는 자기주장이 없다. 그냥 정해진대로 일을 하고 행복을 느끼며 가끔 불편함을 느끼면 소마 반알을 먹으며 아주 행복하게 살뿐이다.
어차피 힘든 일을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면 만족을 느끼는 편이 좋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세상에 빗대어 본다면 종교, 술, 담배 등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힘들지만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고, 너무 힘들 때 잠시나마 행복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 닮은 것 같다.
나는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 세상에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멋진 신세계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멋진 신세계는 매일 행복한 세상이다. 그러나 내가 믿고 싶은 우리 지구인, 사피엔스의 최대 가치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다양성과 돌연변이 속에서 인류는 진화했기 때문이다. 진화의 끝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양성이 없고 자유의지가 없는 세상을 만족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도 통제관(법을 만드는 사람. 즉 대장이다)이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과학과 문학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허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멋진 신세계의 목적은 진실이 아니라 안정과 행복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멋진신세계는 인간을 배부른 돼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 책에는 야만인이 등장한다. 보호구역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이 갔을 것 같지만, 여기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수렵채집인에 가깝게 그려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비교를 통해 어떤 세계가 멋진지 독자에게 물어본다.
확실한 건 나는 멋진 신세계속 사람들보다는 지금 현재가 더 좋게 느껴진다. 그러나 여전히 무엇이 옳은지는 장담을 하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만족해야 할까?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 또한 지금의 교육이 우리에게 심어놓은 환상이지는 않을까? 우리가 그렇게 학습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우리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열심히 살며 보람을 느끼라고 배운다. 과연 이것은 시대를 불변하는 진실일까? 우리가 학습한 것일까?
인간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중요하지만 행복만이 필요한 걸까?
행복만이 소중하고 다른 감정은 필요 없는 것인가?
우리에게는 다양한 감정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인사이드아웃이라는 영화에서도 기쁨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 나온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129쪽 그들은 다른 신분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요.
274쪽 그런 거짓된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차라리 불행해지고 싶은데요
335쪽 안정이란 불안정만큼 그렇게 요란하지는 않습니다. 행복이란 전혀 웅장하지 못하니까요
336쪽 알파(우수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틀림없이 불안정하고 비참해집니다
362쪽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무스타파 몬드 통제관
결국 우리는 열심히 즐겁게 사는 것 외의 방법이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불행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불편한 현신을 알고 변화시키는 것과, 그 속에서 행복을 찾도록 하는 것 무엇이 옳은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