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풀며 - 리처드 도킨스
내가 좋아하는 대표적인 박사는 3명이다. 칼 세이건, 리처드 파인만, 리처드 도킨스다.
이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면 내가 지성인이 된 느낌이고, 삶의 도리를 다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특히 현재도 살아있는 도킨스의 책을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읽지 않은 것을 찾았을 때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무지개를 푼다는 말의 뜻은 뉴턴이 프리즘을 통해 빛을 풀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늘에 떠있는 아름다운 무지개, 천사들이 미끄럼을 탈지도 모르는 무지개.
그러나 뉴턴이 무지개가 단지 빛의 분해 현상일 뿐이라고 밝혀서 시인들은 낭만이 사라졌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야기한다. 빛의 현상을 알게 된다고 해서 낭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해 질 녘 하늘의 색이 붉어지는 것 또한 붉은빛의 파장이 길어서 오래도록 남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노을의 아름다움을 사라지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빛이 분해되고 파장이 달라서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 또한 달라진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고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과학의 신비를 알게 된다면 우리의 몸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워지지 않겠는가?
나는 도킨스와 같은 입장이다. 과학적인 현상을 아는 것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최소한 관련이 없는 것이지, 경이로움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과학은 어디에나 관련이 있기는 하다. 우리가 몰라서 그런 것이지.
이 책은 내가 국내에서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작가인 최재천 박사가 옮긴 책이라서 더 놀랐다. 2008년에 나온 이 책을 지금 읽다니. 옮긴이의 글에 최재천 박사가 ‘만들어진 신’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더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가닥을 잡는 경험을 하게 해 주어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들어진 신이 나중에 출간된 책이지만). 나는 의도치 않게 만들어진 신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어 더욱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21세기는 시적 과학이 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시적 수학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이 책에서 내가 수집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11쪽 좋은 시적 과학이란 운문으로 쓰인 과학이 아니라 경이로운 시적 감성으로부터 탄생한 과학을 말한다.
26쪽 적어도 삶의 일부분은 그 삶을 사는 데 쓰여야 하며, 삶이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27쪽 감각을 무디게 하고 존재의 신비를 감추는 익숙함의 마취제, 평범함의 진정제
81쪽 수수께끼의 해결은 언제나 다음 수수께끼를 드러내 주기 때문에 더 위대한 시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무지개의 비밀을 풀어 시적 감성이 사라졌다는 사람에게 하는 말)
181쪽 그건 과학자의 지식 때문이 아니라 근거를 찾고 결정을 내리는 방법 때문이다.
193쪽 (사람을 16개로 분류하는 상황 -mbti처럼) 나쁘지는 않지만, 사람을 하나의 개인으로 보는 대신 차별적인 편견을 강화하는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6쪽 클라크의 제3법칙 –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술과 구분이 불가능하다
225쪽 아동기적 특성은 단순한 순진함이 아니라 잘 속는 면과 한번 믿은 것에 대한 완강한 고집이 결합된 복합체다.(아동기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247쪽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지 않는 불일치의 경우는 보고되지 않는다. (로또 당첨이 매주 등장하는 놀라운 상황을 생각해 보면 당첨되지 않은 수천만장의 복권은 생각하지 않는다. 참고로 우리나라 로또 당첨확률은 약 814만 분의 1이다. 1000만 장을 산다면 당첨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더욱 신기한 일이다. 1110회 로또 총판매액은 1천150억 8천378만 원이다. 이는 1억 장 이상 로또가 판매된 것이다. 매주 10~20장의 우연의 일치로 당첨되는 로또와, 당첨되지 못하는 1억 장 이상의 로또를 떠올려 보라)
249쪽 언제나 그럴듯한 구실을 찾기는 쉽다. (결과를 보고 해석하기는 쉽다.)
(중략)
425쪽 ‘임계질량’보다 적으면 전염병은 퍼지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받을 때 받지 않는 사람도 전체적인 이득을 누리는 이기적인 무임 승객이 되는 이유다)
458쪽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자주 과학을 그저 재미있고 쉽게 가르쳐 달라는 요구만 난무한다.
수집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나 많다. ( )는 내가 해석을 위해 쓴 글이다.
문득 나태주의 시가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과학도, 수학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