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해피페이스 하지 마"

어린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순간

by 하우즈믹

대화 중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순간이 있다. 상대방에게서 '네가 뭘 알겠니'와 같은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가 느껴질 때 혹은 나는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때 (그 상대방이 배우자일 경우 특히!), 우리는 쉽게 방어태세를 갖춘다. 머릿속으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다가, 그것이 어려울 때는 슬쩍 대화에서 빠져나오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현명한 건지 행동하기가 까다로운 순간들이다.


무궁무진 다양한 단어들과 짜임새 있게 구사해 내는 어른들의 문장의 세계를 엿 본 어린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즉각적으로 일단 던져본다. 상황과 뉘앙스를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오는 단어들은 대부분 당연히 문맥에 맞지 않고 뜬금없다. 그렇지만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의아한 발음을 입고 튀어나오는 그 말들은 매우 귀엽다. 그 귀여운 단어와 문장에 웃지 않고 진지하기는 참 어렵다.


어느 날, 딸의 어떤 행동이 귀엽고 재밌어서 웃은 나에게 아이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엄마, 해피페이스 하지 마." [엄마햅삐풰이스하지마]


그때부터 아이는 이 말을 매우, 자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나는 아이가 자신이 귀여운 존재라는 사실을, 그리고 부모가 자신을 귀여워한다는 사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에게 happy face를 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아이에게서 나는 사뭇 한 인간의 진지함을 보았다. 그때 아이는 내가 상대에게 좀 더 진지해주길 혹은 나를 동등하게 생각해 주길 바랐던 그 마음과 비슷했던 걸까? 어린아이의 소통은 매우 투명해서, 비언어적 방어태세를 갖추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적의 표현을 찾았던 걸까.


희한하게도 그 이후로 나는 진짜로 아이를 조금 더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게 발음이 어눌해서 귀여웠던지, 하는 말의 논리가 엉뚱해서 웃겼던지, 나는 좀 더 '대체 이 아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뭐길래?'라는 쪽으로 생각하면서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물론 해피페이스는 자중하고 진지한 얼굴로 말이다.


- 2022년 10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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