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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세영 Jan 10. 2021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에 하면 좋은 것들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이 있습니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주제 선정이나 내용 구상이 잘 안 돼서 그럴 수도 있고요. 압박감은 높은데, 아직 글쓰기 모드에 진입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욕심은 많은데, 집중할 에너지가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썼다가 지웠다가를 수없이 반복해보지만, 맘에 드는 글이 써지지 않았나요? 오늘은 글렀다 싶었나요? 창작의 고통에 머리털을 쥐어뜯고 싶은 때가 있었나요?


아마도 글을 쓰는 분들이라면, 글을 잘 쓰든 못쓰든 상관없이 누구를 막론하고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쓰고는 싶은데, 유난히 잘 안 써지는 날이요. 물론 저도 그렇고요. 그럴 땐 있는 힘껏 당겨도 빠지지 않는 병마개처럼 세상 답답하죠. 꽉 막힌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앞 차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 때처럼 심난하고요. 보이지 않는 수렁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열심히 애를 써보건만, 글이 안 써지는 이유가 뭘까요? (저의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적어보겠습니다.)



글이 잘 안 써지는 이유


먼저, 글을 쓰기 위한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글쓰기는 상당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의 에너지, 마음의 에너지, 정신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 있어야 글이 써집니다. 에너지가 소진되었을 때는 아무리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의욕 불태워도 좋은 글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둘째, 마음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렇습니다. 누구나 더 잘 쓰고 싶고 좋은 글을 쓰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대로 써지는 게 아니라는 게 관건입니다. 마음에 힘이 가득 들어가면 오히려 글이 잘 안 써집니다. 글이 나오는 통로가 뻣뻣하게 경직되고 좁아져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셋째, 내 안에 대단한 검열자, 심판자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 검열이 심한 사람들은 글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한 줄 써보고 검열하고, 두 줄 써보고 심판합니다. 그러다가 지쳐서 포기하게 됩니다. 자기 검열이 심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넷째, 쓸 주제를 명확하게 선택하지 못했거나, 콘텐츠의 준비나 구상이 덜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 정리가 안 되었어도 쓰면서 좀 더 체계를 잡고, 정리해갈 수 있다는 게 글쓰기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에 들어갈 전반적인 개념과 방향, 콘텐츠들이 어느 정도 들어와 있거나 밑준비가 필요한 글들이 있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이거나 사례와 근거가 필요한 글들은 글의 주제와 방향 설정과 더불어 자료들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글쓰기 모드에 들어서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등의 정보를 인풋 하는 모드가 있고,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들을 글로써 빼내는 아웃풋 모드가 있습니다. 글 쓰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어서 인풋과 아웃풋의 모드 전환이 빠른 사람이 있는 반면, 이 모드 전환에 시간이 꽤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아웃풋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책을 읽는 건 너무 좋은데, 글을 쓰려고 하면 단 몇 문장도 써지지가 않았습니다. 내 안에 대단한 검열자와 심판자의 목소리는 뭐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글은 쓰고 싶은데, 노트북 앞에 앉아서 시간만 때우곤 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글쓰는게 어렵습니다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중에 제 경험을 토대로 해서 다섯 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에 하면 좋은 것들


1.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해보세요. 아니면 자전거를 타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밖으로 나가서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매일 지내는 공간에서 탈출해서 몸을 움직일 때 뇌의 회로가 열리고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옵니다. 니체, 아인슈타인, 찰스 디킨스, 베토벤 등 역사상 위대한 창조자들의 공통점은 산책 마니아였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산책을 통해서 영감을 얻고, 창조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산책을 통하지 않은 생각은 쓰레기다.'라고요. 우리가 하루에 5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죠. 그 대부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쓸데없는 생각, 잡생각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밖에서 산책하면서 하게 되는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저 또한 산책 마니아이자 달리는 사람으로서 무수히 경험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글 쓰는 도중에 깊은 몰입이 일어나지 않고 겉돌기만 한다면, 밖에 나가서 한 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뭔가가 맑게 정리되거나 구상이 그려지거나 하실 거예요. 그 상태로 글을 적다보면 좀더 명확하게 정리가 될 겁니다.


2.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푹 쉬세요. 한 시간 정도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고 왔는데도 글이 안 써진다면, (따뜻한 음식을 먹고) 잠을 자보세요. 당신은 지금 너무 지쳐있을지 모릅니다. 글쓰기는 정신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몸의 에너지와 마음의 에너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푹 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글이 나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3. 프리라이팅을 해보세요. 하루에 10분이나 15분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프리라이팅을 해보세요. 공개된 글보다는 비공개 글로 프리라이팅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내면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로 그대로 적어보세요. 아무 말 대잔치가 되더라도 말입니다. 고민이 있다면 고민을 적고, 짜증 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서 적어도 좋습니다. 


내 마음에 나를 짓누르고 있는 문제나 감정들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적어도 좋습니다. 그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잡이로 써내려 가다 보면 마음의 정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쓰고 싶은 주제나 생각이 정돈이 되기도 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글 쓰는 습관을 만드는데도 도움을 줍니다.


글쓰기 모임 멤버들과 함께 프리 라이팅을 하면서 힘 빼고 글을 쓰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프리 라이팅은 글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서 글쓰기 병목현상이 생겼을 때에도 효과적입니다. 너무 꼭 끼어있어서 마개가 안 열리는 뚜껑을 열어주는 것처럼, 내 안에 글들을 술술 끄집어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4. 엉덩이의 힘을 믿고 무조건 써보세요. 산책도 다녀왔고, 잠도 잤고, 프리 라이팅도 했다면 이젠 엉덩이의 힘을 믿을 때입니다. 우리의 엉덩이는 대단한 물건이 아니던가요. (물론 밑준비가 필요한 글들은 전체인 대략의 구성을 해보고, 자료 조사까지 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대략의 준비가 되었다면 자기 자신을 믿고 무조건 써보는 겁니다. 너무 잘 쓰려고 하는 마음은 살짝 내려놓고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 모든 게 그렇겠지만 글이란 것도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내 글이 마음에 드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어떤가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글을 써 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요. 저와 여러분의 글쓰기는 점점 더 좋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믿고 오늘의 글을 남겨보았습니다. 


당신의 글쓰기에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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