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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세영 Dec 06. 2020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 ; 행복한 삶의 기술


코로나 상황에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야외 놀이활동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몇날 며칠을 집에서만 콕 박혀서 지내는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습니다. 초등 3학년인 아이들과 집에서 잘 지내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에 아이들과 많이 하는 놀이 중에 하나는 '빙고게임'입니다. 작년부터 좋아하던 놀이였는데, 한동안 꽂히면 매일매일 '빙고게임'을 하자고 조를 정도로 좋아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게임의 매력은 희귀 동물이나 곤충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듣도 보도 못한 이름들을 적으면서 잘난 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생각하지 못할 듯한 어려운 답을 말하며 (예를 들면 시라소니, 붉은 어깨 매, 금눈새 올빼미 등) 은근히 으스대면서 좋아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와! 어떻게 그런 걸 생각했어? 이야~ 너무 한거 아니야?" 라고 다소 오버하는 반응을 해주곤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놀라게 하면서 우쭐거릴 수 있는 혜택을 얻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의 놀이가 매번 기대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처음엔 즐겁게 시작했다가 예상밖의 종착점에 다다르게 될 때도 있습니다. 주말 저녁 아이들과 아빠가 고른 영화를 한 편 보고, 빙고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주제는 뭘로 할까?"

"간식으로 해요."

"간식? 그거 좋다."


4 X 4 네모를 먼저 그리고 16칸에 고구마, 밤, 옥수수, 초콜릿, 새우깡, 젤리 등등 즐겨 먹는 간식들을 적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잘 모를 것 같은 간식 이름(눈알 젤리, 지구 젤리 등)을 적으며 좋아합니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서 돌아갑니다. 4줄 빙고를 먼저 외치는 사람이 이깁니다.


첫 판에 제가 이겼네요. 원이 2등, 아빠 3등, 솔이가 4등을 했습니다. (솔이가 두 번째 판 적을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이때 뭔가 기분이 상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요.)


두 번째 판은 아빠의 제안으로 나라나 도시 이름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나라 이름은 처음이라 아이들이 좀 어려워했습니다. 솔이가 계속 적지 못하며 어려워 하기에 검색 찬스를 써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었고, 아이들은 검색을 해서 빈칸을 채웠습니다.





그런데도 솔이가 평소보다 속도가 많이 늦더군요. 몇 번 돌아간 후에 솔이 차례가 되었습니다.

"물도바"


제가 말했습니다 "엥? 물도바? 처음 듣는 나라 이름이네. 아하~ 몰디브?? ㅎㅎㅎㅋ"


아빠가 장난을 칩니다. "야~ 물도바가 뭐야? 몰도바!! 어쩌고저쩌고~~ ㅋㅋㅋㅋ"


아빠의 장난에 웃음기가 없는 솔이를 보며, "몰디브에서는 발음이 물도바라고 할지도 모르지."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솔이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엄마 스마트폰으로 다시 검색해보더니, 저에게 보여줍니다. '물도바'는 아니지만 '몰도바'라는 나라가 있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와~ 몰도바라는 나라가 있네. ㅎㅎㅎ"

"야! 물도바가 아니라 물도바잖아." (아빠의 장난)


솔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우왕~~~~

솔이를 달래며 수습에 들어갑니다.

"물도바나 몰도바나 거기서 거기지. 발음 차이지."

우왕~~~~


"조금 쉬었다가 하자."

"그래. 조금 있다가 하자. 솔이 준비되면 이야기해."


원이는 옆에서 짜증을 냅니다.

"아, 그것 가지고 뭘 그래?"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돼요." 등등 어쩌고저쩌고~


그때였습니다. 혼자서 울먹울먹 하며 참아오던 솔이의 눈물샘이 폭발했습니다. 엉~엉~ 엉~ 절규를 하듯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솔이의 울음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나서

"솔아, 이제 다시 할까?"

"아니~"

"그럼 이제 그만 끝낼까?"

"아니~"


그 상태로 게임을 접어야 했네요. 아빠가 솔이를 방에 불러서 조용히 이야기를 합니다. 어쩌고저쩌고~ 아빠가 놀려서 미안하다는 등의 소리가 들립니다.


저도 솔이가 마음 쓰여서 불러 말했습니다.

"솔아, 아까 속상했구나. 엄마도 미안해."

"솔아, 어떤 게 가장 속상했니?"

"예원이가 어쩌고저쩌고 자꾸 짜증 나게 해서요."


"엄마한테는 어떤 게 속상했어?"

"엄마가 웃어서요. 놀리는 거 같았어요."

"아고. 그랬구나. 엄마가 미안해. 우리 솔이가 귀여워서 그런 거였는데, 놀리는 거 같았구나."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솔이가 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 해서 길게 이야기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니 솔이가 첫판에 지고나서, 마음이 상한 상태로 두 번째 판을 하다가 감정이 폭발했던 것 같습니다.


게임의 끝마무리가 솔이의 울음으로 끝나서 아쉬웠지만 아이들과의 놀이란 게 그렇습니다. 한참을 재밌게 놀다가도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니까요. 아이들과 집에서 상호작용하는 놀이활동이 그래서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놀이를 통해 배운다.


어린 시절에 저도 친척들과 부루마블 게임이나 윷놀이를 하다가 뭔가 속이 상해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한 번 터진 울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그랬던 내가 너무나 창피해서 숨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울었을 때 감정을 이해해주거나 같이 만나주는 사람이 없어서 자책을 했습니다.


그래서 솔이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재밌게 놀려고 했는데, 재밌게 놀지 못했던 마음. 감정이 올라왔을 때 이성이 마비된 듯 다른게 안보이는 상태. 그런 거 하나하나가 귀중한 경험이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 감정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도록 만나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지는 법을 배웁니다. 졌을 때 그것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든든한 밑천이 됩니다. 이기면 기쁘고, 지면 속이 상합니다. 아이들은 현재에 있기 때문에, 그 게임에서 이기는 게 전부가 됩니다. 그래서 더 서럽고, 속이 상합니다. 그것을 놀이를 통해 많이 경험하고, 다루어보고, 극복한 아이들은 정서지능이 발달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기고 지고의 연속인 게임과 놀이를 하면서 성장 마인드셋이라는 삶의 태도와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웁니다. 게임을 통해 수없이 져보고, 죽어본 아이들은 그게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언젠가 터득하게 됩니다. 많이 놀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지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이기는 법 또한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늘 이기면서 살 수 없습니다. 지고, 지고, 또 지나가 한 번씩 이기면서 성장하는 게 우리의 삶 아닐까요? 그래서 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는 법을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은 놀이를 통해 가능합니다. 져서 기분이 나쁘더라도 놀이는 그 자체로 무목적성이고, 우리의 본능이기에 다시 또 놀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신은 어린 아이들에게 놀이라는 특권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놀이를 통해 배웁니다. 저도 아이들과의 놀이가 쉽지 않습니다만, 가족행복활동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부모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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