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떠난 꼬맹이 길잡이

Episode 2.

by 현서린

네다섯 살 무렵, 너는 길 찾는 능력이 남달랐다.

기억력이 좋아서 한 번 가본 곳은 놓치는 법이 없었고, 외삼촌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며 길을 안내하는 일이 잦았다. 외삼촌이 길을 물으면 "삼촌, 저기야! 아니 거기 아니구 여기서 쭉 가서 오른쪽으로 돌아야지" 하고 앞장서며 안내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우리 영서는 꼬맹이 길잡이구나!"라며 칭찬해 주시는 외삼촌 덕분에 너의 길 찾기 능력은 점점 자신감이 붙어갔고, 외삼촌에게 딜을 하며 간식을 받아먹는 너는 꽤 영악한 꼬마 악마 같았다.

사주시는 간식들로 만족해 하는 웃음을 지으며 너만의 보상을 잘 챙기던 너.

그렇게 동네를 누비며 ‘길잡이 소녀’로 불릴 때마다 마치 모험가가 된 듯 뿌듯해 했었다.

아마 지금으로 따지면 가히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불려도 될 만큼 영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런 자신감에 부풀어 있던 어느 날, 너는 어머니가 낮잠을 주무시는 틈을 타 큰아버지랑 사시는 할머니네 집까지 혼자 갈 생각을 했었다. "엄마, 놀다 올게요!" 하고 살짝 들리지도 않을 인사를 드린 후, 커다란 줄 달린 노란색과 하얀색 커다란 보온 도시락통을 X자로 메고 길을 나서다니,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무모하다고 해야할지...

그 당시 너의 할머니와 큰아버지네 집은 꽤 먼 거리였지만, 자주 걸어다니던 너에겐 그 길이 이미 친숙하게 느껴졌었을거다.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 좌판에 놓인 과일들,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까지 모두 너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을거다.


낮에는 신나게 길을 걸었지만, 혼자 걷기엔 먼거리라 상황이 달라졌다. 너는 길을 잘 찾는다는 자부심을 무장한 채 걸어가고 있었지만, 익숙한 풍경이 서서히 낯설게 느껴지고 있었을 때...

집에서도 큰집에서도 난리가 나버렸다.

밤이 되가는데 다섯살쯤 된 아이가 사라져 버렸거든.

자주 걸어다니던 길을 아버지와 할머니가 너를 찾으려고 수소문하며 찾기 시작했고, 시장통에 있는 파출소에 도착했을 때, 파출소 창밖으로 시꺼먼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너의 얼굴은 온통 울고 지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유인즉, 한 경찰 아저씨가 어린 꼬마 여자아이를 보았는데, 다섯 살쯤 되보이는 꼬마 여자아이가 혼자 시장통을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너무 위험해 보였던 모양이다.

영서 너는 네가 위험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만약 잡히지 않았음 큰집까지 무사히 도착했을 거였는데, 경찰 아저씨는 너를 붙잡아 시장통 골목에 있는 파출소로 데려갔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도 파출소는 나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믿었던 너는 혼자서 할머니네 집에 갈 수 있다고 확신했기에 파출소에 잡혀 온 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래서 몰래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몇번을 탈출하려다 붙잡혔다고 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핑계를 대고 쉬하는 척하며 도망치려 했지만, 경찰 아저씨들이 너를 붙잡아 버둥거리는 너를 끌고 들어오는 바람에 너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몇 번이나 도망을 시도하다 포기한 채 울음을 터뜨리고는 얼굴이 시꺼멓게 거지꼴이 되고 말았다는데...

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는 그날의 일로 한동안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당시엔 아이들이 길을 잃고, 그 날 당일에 찾지 못하면 머나먼 외국으로 입양이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해서, 그날은 너희 가족에게 정말 가슴 철렁한 순간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잃어버린 아이는 24시간 안에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그런 시대였다.

꼬마 길잡이의 예기치 못한 불시착. 겁 없는 꼬마의 가출아닌 가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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