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와 열쇠, 그리고 벌 헤던 밤

Episode 3.

by 현서린

너에게는 1977년 여름에 태어난 채민혁이란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두 살이 어리지만, 몸집이 작고 여려서 네 살쯤은 어려보이는 외모를 가진 예쁜 남자아이였다.

여섯~일곱 살 무렵부터 너는 네~다섯 살난 동생을 종종 업고 다녔다.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가셔야 했기에 동생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레 너의 몫이 되었다.

동생은 귀엽긴 했지만, 친구들과 놀 때는 한없이 귀찮은 존재가 되기도 했다.

너는 딱지치기, 고무줄 놀이, 구슬치기 같은 놀이에 푹 빠져 있곤 했는데, 동생은 그런 네 곁을 떠나지 않으며 자꾸 끼어들었다.

“나도 고무줄 놀이 시켜줘!”라며 고집을 부리면 마지못해 고무줄을 잡고 있으라고 했지만, 한참 신나게 놀다 보면 중간에 심술을 부려 고무줄을 탁 놓아버리기 일쑤였다. 할 줄도 모르면서 시켜달라고 떼쓰기 선수.

구슬치기를 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구슬을 치며 집중하는 순간, 네 동생은 “나도 해볼래!” 하며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다 구슬에 이마를 맞아 커다란 혹을 달고, 서럽게 울어대서 우는 아이 입을 막고는 연신 조용히 하라고, 다시 안 놀아준다고 협박을 하면, 눈물을 글썽이며 끄덕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잊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어머니의 일터에서 열쇠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는 동생을 등에 업고 어머니께 받은 집 열쇠를 꼭 쥐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길목에 당시 개봉하여 유행하던 드라큘라 영화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었는데, 어두운 배경 속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드라큘라의 얼굴은 어린 너조차도 움찔할 만큼 무서웠다. 하지만 그 순간 너는 동생을 살짝 골려줄 생각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등에 업힌 동생은 멀리서도 그 무서운 포스터가 보이니 등뒤에서 고개를 바짝 숙이고는 벌벌 떨면서

“누나 무서워… 눈 감을래. 다 지나가면 말해 줘야 해.”

동생이 나직이 말하자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참았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포스터 바로 앞에 서서는 다 온 척 “다 지나왔어”라고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순간 눈을 뜬 네 동생 민혁이는 그 무서운 드라큘라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만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동생의 울음소리에 웃음이 터져 한참을 소리죽여 웃었지만, 그 웃음이 끝난 후 너는 문득 아찔해졌다. 드라큘라 장난을 치는 사이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네 손에서 만져지지 않았다. 지나온 길을 다시 되집어 걸어가며 열쇠가 떨어졌나 찾아보았지만, 어두워진 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선 집앞에 돌아와 동생을 진정시키고 나서 대문앞에 앉아 결국 어머니가 집에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집에 도착하셨을 때, 너는 떨리는 마음으로 열쇠를 잃어버린 사실을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예상대로 단단히 화가 나셨다. 한참을 한숨 쉬시더니 결국 늦은 시간이라 열쇠집까지 문을 닫아 어쩔 수 없다는 말씀과 함께 창문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너를 안아 올려 높은 곳에 있는 어른은 들어갈 수 없는 아주 작은 크기의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밀어 넣으셨고, 그 안으로 들어가 싱크대를 밟고 내려온 네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열쇠 사건에다 동생을 놀려 울린 일까지 모두 아신 네 어머니는 너에게 벌을 주셨다. 방 밖에서 한 시간 동안 손을 들고 서 있으라는 것이었다. 억울함에 울음을 참으며 벽에 기대어 손을 들고 서 있었는데. 동생은 방 안에서 훌쩍이다가 잠이 들었고, 어머니도 잠시 후 피곤하셨는지 곧 네 동생 옆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드셨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팔이 아파오고 눈물이 나기 시작할 때 쯤, 어머니는 뒤늦게 잠에서 깨셨고 네가 방 밖에 서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셨다. 어머니는 너를 안으로 부르더니,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주셨다.

억울함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어머니 품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그날 밤, 너는 드라큘라 장난과 열쇠를 잃어버린 탓으로 생애 잊지 못할 벌을 받게 되었고, 어머니의 품 속에서 억울함도, 장난에 대한 반성도, 모든 감정이 녹아내렸다.

장난처럼 자주 오르내리던 싱크대가 익숙해 그 작은 창문으로 집안에 들어와 문을 열 수 있었기에 밖에서 밤을 지새우지 않은 것은 생각해 보면 너의 타고난 모험심 덕분이었으리라.

어릴 때부터 싱크대 위에 올라가 계란을 몽땅 떨어뜨려 깨뜨리던 일, 걸핏하면 서랍장을 열고 밟고서 높은 곳에 올라가던 일.. 어쩌면 큰 사고 한번 나지 않고, 네가 살아있는 것은 어쩌면 기적일지도 모른다.

유독 동생 민혁이보다 사랑의 매( 7~80년대 그 당시에는 익숙한 일이었다.)도 많이 맞고, 혼도 많이 나고, 벌도 많이 받았던 너는 평범한 꼬마는 아니었을테다.

수도 없이 많았던 그래서, 벌 헤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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