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는 엄마가 내 비밀을 다 알게 되었을 것 같아서...
에구, 엄마......., 돌아가시고는 우리집에 오셨다 놀라고 맘이 더 무거우시면 어쩌나 싶어요.
엄마, 실은 애비가 암수술을 했어요. 그래서 정초엔 애비 수술전이라 혹시 코로나 걸려 수술이 미뤄질까 무서워서 두문불출 하느라 엄마를 못 뵈러 갔어요. 엄마 생일에는 애비가 수술하고 병원에 같이 있느라 못뵙고...... 그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못가네 말해서 엄마 참 미안했어요.
지난 4월, 엄마가 전화로 애비목소리 듣고 '왜 애비가 목소리에 그렇게 기운이 없냐'며 걱정하셔서 들킬까봐 정말 조마조마 했었죠.
그 바람에 엄마가 가신 마지막 해의 반을 엄마를 잠시 미루고 살았어요. 정말 원통하고 후회되고 속상해요. 불행은 한꺼번에 오는지 그 해는 참 제게 힘든 일년이었어요. 갑자기 집에 물은 여기저기 새고, 유난히 비도 많은 해라, 밤새 물 덜어내느라 고생을 했죠. 그 외에도 내게 참 답답하고 고민이 많은... 엄마에게 비밀이 많은... 해였네요.
내가 엄마를 잠시 내려놓는 동안, 엄마도 외삼촌 문제로 속을 많이 끓이셨다는 걸 이제야 듣게 되었어요. 내가 도와줬으면 하셨을텐데... 차마 입을 못 떼시고 주변 친구들 잡고 많이 우셨다지요.
엄마... 죄송해요. 눈치는 채고 있었으면서도 모른 척했어요. 그렇게, 그렇게 심장에 부담이 될 정도로 노인네가 고민을 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려 그 아픈 몸을 끌고 찾아 다니신 줄은 몰랐어요. 쪽지마다 엄마의 글씨로 알아본 것을 적어놓은 메모를 보니 한글자 한글자 가슴이 아려요.
우리처럼 자주 통화하는 모녀도 드물었을텐데, 서로 너무 걱정을 하다보니... 맘 속에 못한 말이 쌓여 있었네요.
어이가 없게도. 그렇게 그 귀한 시간을 다 버렸어요.
어쩌면 좋아요.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