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슬라, 강릉을 부르는 여름 이야기(上)

11. 봄날은 가고 여름이 우리를 괴롭힐 때

by AND ONE
여행을 미친 듯이 사랑하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다니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좋아한다'라는 단어가 가진 그 무게만큼만 여행을 즐긴다.

11시 20분, 청량리에서 강릉행 야간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의 의외성은 여행을 계획할 때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간극에 비례한다. 조용한 야간열차를 상상했던 내 기대는 출발하기도 전에 의자를 가득 젖힌 앞 좌석과 유튜브 영상을 이어폰 없이 시청하는 옆 옆좌석, 입석도 불사하는 청춘들의 에너지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5시에 도착한 강릉역은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세련된 느낌이었지만 택시 안에서 스쳐 흐르는 모습은 여전했다. 인구 20만의 소도시지만, 강원도의 '강'을 책임지는 강릉은 태백산맥과 동해 사이에서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해왔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경포호라고 할 수 있는데, 관동 8경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월파정 근처 소나무 숲 그네의자에 앉아 이 글을 쓰며 바람을 감상하거나,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경포도립공원을 활보하다 보면, 어느새 경포호의 잔잔한 수경에 고민들을 털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와 또 다른 나, 그 희미한 경계에서 세상과의 관계 정립과 정리 사이를 고민한다. 거울처럼 맑게 비춘다는 경포의 뜻에 복잡한 내 마음도 들여다보려 했지만 물이 탁해진 건지, 여러 고민들로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자신의 모습이 딱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돌고 돌아 경포와 강문 해변 사이에 위치한 카페 16.7m. 해변에서 16.7m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붙여진 가게 이름은 이곳의 wifi 비밀번호 'fromthebeach1'과 찰떡이다. 애매한 시간 10시 50분, 이태원 뺨치는 8,500짜리 흥맥주에 나의 흠을 글로 지워내려는 알량한 생각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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