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독서] 이언 게이틀리 - 출퇴근의 역사

17. RUSH OUR FOR OUR WISH

by AND ONE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신입사원으로서 퇴사를 꿈꾸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멀고 먼 출퇴근길도 한몫한다.


'철도는(...) 여행자였던 인간을 졸지에 살아 있는 소포로 변모시켰다'는 책 속의 문장"대출받고 전세로 살면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을 왜 미련하게 하루에 3-4시간씩 길바닥에 버리느냐"라는 목소리가 오버랩됐다.


말하지 않았다. 대출을 받는 순간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녀야 의무감, 생존의 노예가 되는 족쇄를 스스로에게 채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선 영혼의 충만함은 필요했다. 그럼으로써 살아있는 소포는 '독서'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는' 존재는 통근자들과 일반 철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침묵의 규약이 신속하게 발전했던 환경과 만나 이를테면, '통근의 순례자' 정도가 되는 것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인천에서 강남까지 출근하여, 퇴근 후 강남역 스페인어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난 후 이 글을 쓰고 있는 마음가짐은 가히 경건하기까지 하다. 그 경건함은 어딘가 모르게 숙연하기까지 하여, 막차 시간을 확인하는 나의 손가락은 키보드와 폰 스크린을 갈팡질팡하며 갈지(之) 자를 그리는 중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지옥철에서 책을 읽고 퇴근 후엔 학원을 다니며, 오늘 하루만 커피를 4잔째 마시며 글을 쓰고 있는가. '통근의 맥박 '과는 다르게 점점 작아지는 내 삶의 맥박을 어떻게 다시 뛰게 할 것인가?




철도 여행의 전체 시스템이 겨냥하는 대상은 서두르는 사람, 따라서 결국에는 비참해질 사람뿐이다. (중략) 철도는 여행자였던 인간을 졸지에 살아 있는 소포로 변모시켰다. 인간은 철도라는 유랑 능력을 위해 자신의 인간성에서 더 고귀한 특성들과 결별하고 말았다.
통근자들과 일반 철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침묵의 규약이 신속하게 발전했으며, 이것이 마피아의 비밀 유지 서약만큼이나 잘 준수되는 것처럼 보였다.
통근자들은 한꺼번에 서로를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것도 부자연스러운 근접 상태에서 그래야만 했다.
철도로 인해 공간이 죽어 나가자 우리에게는 오로지 시간만 남게 되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봐도 통근의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통근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자의 삶을 향상할 기회를 제공했다. 본질적으로 통근은 이동의 자유를 제공했다. 그에 따르는 사소한 여러 가지 짜증과 빈번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통근은 우리 삶의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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