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도 책을 읽는 이유

21. 20대의 독서, 그 이유 또는 의무

by AND ONE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틀리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겼다. 이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건 감수성 부족일까, 아니면 추구해야 할 내적인 독자성일까?" -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책을 읽는 건 다른 세상에 살기 위함이다.
책을 읽는 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살기 위함이다.
책을 읽는 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다.
책을 읽는 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정상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위함이다.
책을 읽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똑같은 얘기가 아니라 다채롭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독서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지만, 굳이 크리스마스에 책을 읽는 건 외로움이 닿을 수 없는 도피처로써의 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책을 탐닉하는 행위에는 지금의 현실을 잊고 싶다는 수동적 적극성과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현실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적극적 수동성이 혼재한다.


그렇다. 나는 공백과 공백 사이에 끼어 있었다. 공허한 말들로 자신을 감싸며.

"나는 나 혼자가 되어 페이지 사이의 세계에 몰입한다. 나는 그 감각을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 <해변의 카프카> 中

내가 진심으로(자발적으로) 그 페이지 사이의 세계에 몰입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 감각에 익숙해져서 좋아하는 것인지, 좋아하다 보니 익숙해진 것인지, 선후관계를 잊은 지 오래다. 그렇게 뒤죽박죽 섞여버린 머릿속에 망치 같이 다가온 문장이 있었으니...


"혐오감과 구역질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내 말에 귀를 기울여보면 나 역시 끊임없이 똑같은 말을 한다는 사실이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최근의 글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한 감정의 배설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결핍을 연료 삼아 쓰인 글에는 그 공허함을 숨기기 위한 쓸데없는 표현들이 많아진다. 책 속으로 도망치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비슷한 말만 반복하고 있었으니...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무엇을 해야 했을까? 자유로워 깃털처럼 가벼웠고, 불확실하여 납처럼 무거웠던 그 시간에" -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더 이상 반복의 되풀이를 도돌이표 삼아 살 수는 없다. 깃털처럼 가볍지만, 불안으로 가득하여 납처럼 무거울 수밖에 없는 20대의 시간이,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상의 중력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살아온 대로 살게 되는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딱 그만큼의 마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이 낯선 시선을 자기 안에서 만들고, 그런 시선에서 나온 자기 모습을 자기 안에 받아들였다. 이제 막 만난 이방인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 -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독서는 스스로를 낯선 사람으로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다. 그 의식은 인식의 오류를 붙잡기 위한 교정이며, 자칫 고정될 수 있는 감각과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 된다. 따라서 독서력은 마찰력이며, 마찰력은 곧 변화를 위한 추진력이 된다.



크리스마스에도 책을 읽는 이유, 새로이 태어날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만 한다. 그렇다. 이건 솔로로서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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