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강릉, 사람을 부르는 겨울이야기(上)

22. Falling or Failing in love

by AND ONE
서점만큼 인간의
심성이 약해지는 곳이 어디 있을까?
바다만큼 인간의
마음이 넓어지는 곳이 어디 있을까?
강릉만큼 사람이
편해지는 곳이 어디 있을까?



#2019.12.27 강릉, 고래책방(Go,re Bookstore)


본능적으로 집게 되는 책이 있다. "사랑에 빠지기" (원제는 하비에르 마리아스 'Los enamoramientos')

스페인어를 배우기에 끌렸던 것일까? 12월의 마지막 주말을, 연말을 함께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봐서 그런 것일까? 사랑과 스페인 작가라는 조합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에서 우연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생겨났을까? 우연히 지나친 길거리, 술집, 여행지 등. 우연은 인연이 생기기 위한 전제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5개월 전, 8월의 여름이 시작될 때, 나는 안목책방에서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만났다. 그때의 감정을 믿었고,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그 순간의 느낌을 밀어붙이고자 했다. 지금은 후회하는 - 그때 당시에는 후회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5개월 후, 12월의 겨울이 끝나갈 때, 나는 고래책방에서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사랑에 빠지기>를 만났다.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없기 때문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걸까? 이번에는 나를 어떠한 세계로 데려다줄까? 좋은 책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고 한다. 그건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독자가 듣고 싶은 말이 공명할 때 들리는 소리다. 어떤 단어와 문장을 만나,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글로만 연애를 꿈꾸는 아이러니를 이어나갈 것인가.


그리고 나는, 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후회를 하게 될 것인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만큼 우리의 본성에 역행하는 것도 없다. Perfectly imperfect,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니까. 2020년이 설레는 이유다.




"I am always gonna be fine in Pine City, Gangn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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