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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Aug 14. 2021

로또예찬, 불안을 아웃소싱하는 법

복권에 맡겨보는 소시민의 꿈

벼락 맞을 확률이라도 있는 게
확실한 절망보다 낫다.
절망이 아닌 로망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보고 듣는 여러 숫자들. 그놈들은 더 이상 숫자가 아니다. 숫자는 죽었다. 세고 헤아릴 수 있다는 '수'와 글자 '자'의 뜻의 결합어인 '숫자'가 만든 세상에서 헤아릴 수 있는 건 많지 않아 보인다. 몇 억을 호가하는 수도권 집값 앞에서 내 월급은 더 이상 측량의 대상이 아닌, 감정이라는 추상의 영역에 자리 잡는다. 월급날에는 어김없이 우울하다.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작년 로또복권 하루 평균 판매액이 약 130억 원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불황일수록 복권에 기댄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어차피 당첨되지 않을 복권에 왜 돈을 낭비하냐고들 한다. 확률을 들먹이면서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 숫자가 문제다.


직장을 다니기 전까지 그 확률을 들먹이면서 로또를 사지 않았다. 단 오천 원조차 복권위원회에 기부하고 싶지 않았다.(로또 복권 기금이 문화예술산업 전반의 지원 확대를 위해 쓰인다고 한들) 나를 위한 게 아닌데 굳이 왜 하나 싶었다.


하지만, 이젠 로또 예찬론자가 됐다. 나를 위한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효용을 깨닫는 순간, 매주 5천 원씩 구매한다. 4주를 기준으로 한 달에 2만 원. 주택청약저축 최소 납입 인정금액도 2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금액이다.


그중에서도 로또 구매의 최대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불안을 아웃소싱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절망이 팽배한 시대 분위기에서 로또는 '희망'을 품게 돕는다. 미래를 계획하는 행위조차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사회에서 '5천 원짜리' 복권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살만하다.


① 건강 증진

- 육체적으로 생각하면, 소주 1병 마실 바에야 로또를 사는 게 이득이다. 체내 알코올 축적보다는 로또에 미래를 투사해보고, 절망을 토로하는 부정적 감정 배설보다는 희망을 노래하는 게 낫다.(비록 헛되어 보일지라도)


② 스트레스 전환

- 필자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에는 특별한 숫자 코드들이 있는데, 가끔 어떤 숫자가 들리면 바로 회사 일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게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결국 대처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해당 숫자 조합을 로또 복권 작성에 활용한다. 만약 그래서 당첨이라도 된다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③ 풍성한 대화  

- 로또를 구매하면서 가장 큰 장점은 가족과 대화가 많아졌다. 사실, 가까운 관계라고 하더라도 막상 '원하는 게 뭐야? 요즘 뭐 때문에 힘들어?'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이 종종 있는 당첨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을 듣는 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글은 복권을 무조건 사자기보다는 코로나와 자산 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불안 중독을 겪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쓴 것이다. 스스로 그 불안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없으면, 로또에 아웃소싱 해보는 건 어떨까? 커피 한 잔 마시지 않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니 말이다. 절망 대신 로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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