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흔적을 시간 속에서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사랑과 예술 두 가지뿐
눈처럼 사라지는 일상의 시적 순간을 위해
우리에겐 예술이 필요하다.
예, 술 말고요.
22년도 어느덧 한 달 남짓 남았다. 고3은 수능이 끝나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대한 희망과 설렘 - 을 느낄 틈도 없이 수시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고, 수능을 망친 누군가는 인생의 전부를 망친 것처럼 실망감을 느낀 채 쌀쌀해진 날씨를 벗삼아 스스로에게 가장 쌀쌀맞게 구는 시기가 될 것이기도 하다. 직장인들은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올 한 해는 연봉이 올랐는지, 대출금은 얼마나 남았는지, 앞으로 전셋집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할지, 결혼과 각종 연말 모임 등 스케줄을 잡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12월이 다가오면서 슬슬 2022년의 마무리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에 고용된 사람)들은 10월과 11월에 걸쳐 진행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12월이 되었다. 한 해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달이 되면 우리는 밤하늘의 달을 보고 '또 이렇게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구나' 외치며 내년을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내년엔 연봉이 얼마큼 오를까?',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의 큰 변화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보다 가끔은 지금의 계절을 생각하며 우리 존재 한쪽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감성 한 조각 꺼내 보면 어떨까.
눈이
새하얗게 와서
눈이
새물새물하오
<윤동주 - 눈>
눈 뜨면 달라지는 세상. 살포시 왔다가 고요하게 사라지는 눈처럼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시적 순간 또한 눈처럼 사라지고 있겠지만 가끔은 스스로를 낯설게 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의 순수한 감수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피카소도 말하지 않았는가.
The true purpose of art is washing
the dust of daily life off our souls.
더러워진 우리의 영혼에게는 예술이 필요하다. 예, 술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