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favors the prepared - 행복은 준비된 자에게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했던 행동이
어느새 나의 행복이 되는 순간들이 모여
사람의 향기가 된다.
취향과 취향이 만나 사랑이 된다.
※일러두기※
필자는 5년 전 덴마크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우리는 행복을 교환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행복을 썼다. 이후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보낸 5년. 문득 그때의 나와 지금은 스스로가 굉장히 낯선 '현재의 나'는 행복을 바라보는 측면에서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https://brunch.co.kr/magazine/happinessdanish)
스스로 쓴 글을 출판하여 사회 진출을 앞둔 내게 졸업선물로 주고 싶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이라는 가치관을 정리하면 앞으로 마주할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현명한 결정을 할 것만 같았다.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책을 출판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대학생 때보다 퇴보한 것만 같다.
다시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선 지금 다시 행복을 써야겠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순간이 내게 말을 걸었다.
미혼으로서만 가질 수 있는 자유와 행복. 1인가구가 40% 이상에 육박하며 20대 10명 中 7명은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평생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할 상상을 한다는 것은 때론 로맨틱 하다기 보다는 아득하다.
아득함 속에서도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했던 행동이 어느새 나의 행복이 되는 순간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취향과 취향이 만나는 사랑에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인생은 결국 자신이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나이가 들어도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져도 더 이상 새치라고 우기는 게 아니라 흰머리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게 되는 순간이 올지라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인생의 길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지라도. 행복 루틴을 기억하고 실행하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길을 찾을 것이다. 루틴(Routine)은 문자 그대로 우리가 살아온 길이자 앞으로 살아갈 길이기도 하기에.
Luck favors the prepared. 운과 사랑 그리고 행복 모두 우리의 의지만 갖고 누릴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랑을 잘하고 싶다. 행복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는 마음가짐과 그 마음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고 정리하다 보면 더욱 자주 그 소중한 가치들을 마주할 일들이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이전 글인 <직장인이 자신만의 확실한 행복 루틴을 갖게 되는 순간들>과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https://brunch.co.kr/@happinessdanish/352)
16. 아지트 같은 재즈바를 찾은 후 '멋지게 살고 싶은' 희망을 얘기할 때
- 주인장이 비싼 술을 권하지 않고 무심히 LP를 뒤적거릴 때. 그곳의 손님들도 대화에 비속어를 섞지 않고 조용히 얘기할 때. 멋지게 산다는 건 소중한 사람과 가꾸어 나가고 싶은 가치를 지키는 삶에 대해 말할 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소중한 그 무엇을 잊지 말자고 다짐할 때. 그곳에서 멋지게 살고 싶은 욕망이 충만해질 때, 그러다가 현실의 벽을 생각해보려는 순간 모든 걱정을 다 잊게 만드는 음악이 흐를 때, 그리고 평범해보였던 주인장의 진토닉이 맛있을 때
17. 엄마가 해주는 계란말이와 된장찌개 그리고 수육에 김치를 싸 먹는 순간
- 어머니가 해주시는이라는 격식 표현을 쓰면 맛이 살지 않는다. 한 해가 지날수록 약해지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지만 본가에 가면 꼭 요리를 해달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필자가 일부러 알아서 하지 않으려 하는 순간. 우리의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세월이 흐를수록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점점 사라져 간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 순간이 영원할 수 없음을. 갈 수 있을 때 최대한 자주 가고 엄마한테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어야겠다.
18. 24시 카페에 가서 세상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척 진지하게 글을 쓸 때
-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가끔은 고민하는 행위만으로도 나태해진 나 자신의 인생 나침반 초점을 조정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24시간 카페가 좋다. 밤늦게까지 거나하게 술 한잔하고 들어온 젊은이들에게서 나의 과거를 보는 재미를 동시에 느끼는 게 키포인트!
19.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최상의 품질'에 '합리적 가격'으로 만날 때
- 내게 중고서점이란 '헌책방'의 개념과는 달라서 오래된 책을 찾는 곳이라기보다는 읽고 싶은 책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여전히 '책'이라는 것은 현인들의 지혜를 단 돈 1-2만 원에 빌릴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행복의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것과 비교했을 때 다소 비싼 감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나 김훈 작가처럼 육필원고의 정신이 담긴 작품은 '종이책'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밥벌이의 지겨움> 같은 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가격에 매대에 있을 때, 그런 순간들을 찾기 위해 일요일엔 가끔씩 알라딘 중고서점 앱을 켠다.
20. 잘 정렬된 따릉이 정거장에서 구형 따릉이를 QR 코드 인식 오류 없이 빌려 양재천을 달릴 때
- 요즘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자전거와 킥보드에 질려서 그런지 따릉이 정거장에 자전거가 잘 정렬된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낀다. 그곳에서 '구형' 따릉이를 발견하는 기쁨 지수는 +1 상승. 구형 모델이 필요한 이유는 자전거 안장을 최대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자를 끝까지 빼서 분리될 정도로 고장 난 자전거를 발견하면 더욱 기쁘다. 안장을 높이고 페달을 밟는 가동 범위를 최대치로 늘린 후에 양재천을 달리는 순간 흡사 이곳은 덴마크로 변한다.
회사에서 야근하고 퇴근하며 타워팰리스를 지나면 "역시 돈이 많으면 가장 살기 좋은 곳은 한국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라고 혼잣말을 하지만 이내 모순을 깨닫는다. '돈이 많은 적이 없는데 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판단한단 말인가!' 자전거는 정처 없는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퇴사두근을 자극하는 신호는 잡생각 말고 앞으로 페달을 밟으라고 말한다. 잔잔한 날씨에도 자전거를 타면 바람이 느껴진다. 내 인생에 산들바람은 왜 불지 않고 있는지 생각된다면 스스로 바람을 느끼러 나가자. 따릉이의 경우 180일에 15000원, 365일에 30000원. 하루에 천 원. 행복 ROI(Return of Investment)가 가장 높은 방법 중 하나다.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는 책 제목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행복할 수 있는 나의 기쁨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 제대로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