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자신만의 확실한 행복 루틴을 갖게 되는 순간들

나만의 행복 루틴으로 행복의 뿌리를 다지는 법

by AND ONE
스스로 확실히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의 가짓수만큼
나이를 먹는 게 우리 인생 아닐까?

※일러두기※
필자는 5년 전 덴마크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우리는 행복을 교환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행복을 썼다. 이후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보낸 5년. 문득 그때의 나와 지금은 스스로가 굉장히 낯선 '현재의 나'는 행복을 바라보는 측면에서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https://brunch.co.kr/magazine/happinessdanish)

스스로 쓴 글을 출판하여 사회 진출을 앞둔 내게 졸업선물로 주고 싶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이라는 가치관을 정리하면 앞으로 마주할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현명한 결정을 할 것만 같았다.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책을 출판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대학생 때보다 퇴보한 것만 같다.

다시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선 지금 다시 행복을 써야겠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순간이 내게 말을 걸었다.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순간에는 숨쉬기 한결 편해진 사람처럼 마음이 진정된다. 진정된 마음에서는 나의 지성적 무의식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글을 쓸 때면 나 자신 안으로 경건하게 들어간다. 댄스 댄스 댄스


학생에서 직업인으로의 변화는 스스로 돈을 벌어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정당한 자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지위가 되었다는 뜻이다. 행복해질 수 있는 가짓수만큼 나이를 먹는 게 인생이라면 내 루틴은 서른 개쯤 되어야 할 것만 같다.


1)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를 본다.
17시-21시까지 할인 가격이 적용되니 21시 즈음에 시작하는 영화를 밤에 본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대에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우연히 노출됨으로써 새로운 취향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2) 파주 출판도시 <행간과 여백> 카페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는다.
- 파주 출판도시를 최소 계절마다 방문하여 통일된 건물과 회색 외벽에 묻은 계절감에 감탄하고 사색에 잠기는 건 덤이다.


3) 샤워 후 우디/머스크 향의 바디로션을 온몸에 듬뿍 바른다.
- 거실에는 인센스, 책상에는 양키 캔들 그리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따뜻한 차를 준비한다.


4) 쳇 베이커의 재즈를 들으며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읽는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고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찾는다. (쳇 베이커는 스스로 분위기 잡고 싶을 때 듣는 정도랄까. 유튜브의 많은 선곡 장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5) 양재꽃시장에서 꽃을 다발로 사거나 스노우플라워에서 산 해바라기 한 송이를 빈 와인병에 꽂는다.

- 학생 때는 꽃 사는 돈이 참으로 아까웠는데, 언제부터인가 빈 와인병에 꽃을 꽂아 놓고 방을 꾸밀 때 기분이 참 좋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사는 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을 때 주변 꽃 가게에서 한 송이 정도 사면 기분이 오묘하게 새롭다. 매번 소중한 사람을 위해 샀던 곳을 자신을 위해 사게 되는 순간, 자신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6) 새벽 5-6시 즈음 시간에 한강이나 석촌호수를 걷거나 뛴다.

- 물론 문득 새벽에 깨거나 또는 낮잠이나 늦잠으로 새벽에 깬 경우만 가능하다. (조만간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가는데... 잠실 라이프를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에 이만한 인프라를 갖춘 곳이 있나 싶다.

- (어떻게든 잠실에서 '자가'로 살고 싶지만 이번 글을 '행복 루틴'을 찾는 글이니 '현실의 벽'은 잠시 옆으로 눕혀두기로 한다.)


7) 단골 국밥집을 간다.

- 먹는 순간에는 핸드폰을 덮고 국밥 한 수저에 진심을 다해 "으어~" 소리를 내며 음미한다.

- 국밥집 분위기가 좋다. 인스타 유명 카페에서 흔히 보이는 젊은 친구들과 커플들의 활기찬 분위기는 사회인의 된 순간부터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독특한(남들에겐 이상할 수도 있는) 측면이 많다. 확실히 '행복 루틴'도 이렇게 적고 있는 걸 보면 인생 스스로 피곤하게 사는 유형은 확실하다.


8) 계절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간다.
- 국립현대미술관이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공간과 위치가 좋다. 경복궁과 삼청동과 광화문과 청계천과 탑골공원을 지나는 3호선 라인 또한 큐레이팅되지 않은 전시와 같다.

- 미술관에 가면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품 해설을 본다. 일상에 쓰는 말들은 한정적이다. 재료비와 판매가격, 상품성과 영업이익률, 협의와 조율, 수정과 재보고 등의 용어가 귀에 박히도록 들리는 순간, 귀를 정화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제발 좀 아무리 미술관에서 작품 사진을 찍고 싶다 하더라도 '무음'으로 찍자. 무음이 안되면 스피커 부위를 손가락으로 막고 최대한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 매너라도 있어야 되는데... 또 행복 루틴을 쓰다가 샜다. 태생적으로 성격 자체가 일상에서 행복하기는 그른 것 같다. 루틴이 괜히 필요한게 아니다. 루틴(Routine)은 말 그대로 행복을 찾는 길(Route)이다.


9) 강릉의 해안도로, '금진항'을 찍고 헌화로를 달린다.
- 태백산맥과 동해바다의 기운을 느낀다. 토요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준비 후 7시에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고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탄다. 휴게소는 꼭 한 번은 들린다. 어렸을 적 가족끼리 시골 가면서 웃고 울고 했던 추억을 떠올린다. 강릉에서의 군복무 시절도 같이 떠올린다. 강릉에 연고도 없는데 살면서 20번 이상은 간 것 같다. 가슴이 답답할 때는 T맵에 '헌화로 금진항' 찍고 해안도로를 최대한 천천히 달린다. 주차 스킬이 된다면 중간 갓길에 차를 세우고 부채길 모양의 도로 옆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번데기 파는 트럭이 있으면 어묵 하나 먹고 번데기 테이크아웃 후 종이컵 채 마신다. 이쑤시개로 먹는 건 먹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10) 나루토와 명탐정코난, 그리고 슬램덩크 명장면을 본다.
- 순수했던 그 시절. 인생에 아무런 걱정이 없던 유년시절을 함께 했던 애니들을 보며 잠시나마 '현실 걱정'을 망각한다. 늙지 않는 만화 속 주인공을 보며 '나도 동심을 잃지 말아야지' 결심한다. 이건 반드시 침대에 누워서 해줘야 한다. 그 누구보다 가장 게으른 사람처럼.


11) 계절마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한다.
- 농구, 배구, 야구, 축구 - 계절마다 1번씩은 관람하고자 한다. 중계방송을 보는 것과 다르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건 중계방송이 나을 수 있다. (보통 필자처럼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맨 앞자리 티켓은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현장의 응원분위기를 느끼는 건 다르다. 누군가 순수하게 '그 선수' 또는 '그 팀'이 좋아서 목놓아라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고양되는 기분이랄까.


12) 계절마다 문화 공연을 관람한다.
- 스포츠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클래식, 뮤지컬, 연극, 재즈, 연예인 콘서트, 내한 공연 등 뭐든 좋다. 작년 연말에 바리톤 사무엘 윤의 무대를 본 적 있다. 그 누구보다도 무대를 즐기면서 동시에 압도하는 모습을 봤다. 무대를 즐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 즐기는데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삶을 열심히 살고 싶어 진다.


13) 유퀴즈 하이라이트로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챙겨본다.
- 방송 프로그램 유퀴즈 특유의 톤앤매너로 출연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챙겨본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가끔 어려울 때가 있다. 내가 분명 오랫동안 알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점에 알게 된 인연들은 어쩔 수 없이 내가 파편적으로 알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할 때 챙겨 본다. 일반인 출연진 시절에도 참 좋았는데, 얼른 그 시절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14) 라디오를 듣는다.
- 라디오를 접하게 된 계기는 오래된 자동차를 몰기 시작하면서 마주한 불편에서 시작됐다. 구형이라 멀티미디어 연결이 되지 않는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는가. 누군가는 팟캐스트와 라디오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다르다. 모바일 어플로 라디오를 듣는 게 아니라, 여러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상태에서 채널을 돌릴 수 있는 환경에서 라디오를 듣는 게 좋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우연히 만난 좋은 노래와 감미로운 목소리 만으로 한 사람이 어떤 청취자의 위로가 되었다는 사연. 활동이 왕성한 연예인이 투잡으로 하는 라디오 DJ 보다는 라디오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DJ가 좋다. 언어의 간결함과 정갈함, 가볍지 않은 분위기의 톤앤매너. 참 좋다.


15) 여행지에서 글을 쓴다. 가장 확실한 나의 행복 루틴.
-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항상 여행지에서 글을 썼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법. 여행 그 자체도 재밌는데 여행지에서 떠올린 찰나의 생각들을 기록하고 글감을 정리하는 게 좋다.

- 행복이라는 감정보다는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하는 행위가 '스스로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내게 행복이 필요할 때 떠난다. 제트스트림 0.7mm 볼펜과 메모장,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좋다. 국내에서는 강릉과 속초, 단양과 문경 그리고 목포와 순천이 내겐 참 좋았다.


30가지를 한꺼번에 쓰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15가지만 적어본다. 쓰고 보니 5년 전 학생 시절과 다른 게 있다면, '운전'을 하게 된 것과 '문화생활'에 일정 수준 소비를 하게 되었다는 정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쓸 수 있는다는 것. 그게 학생에서 사회인이 된 순간의 행복 아닐까?


앞에서도 말했듯, 행복의 행은 '다행 행(幸)'. 오늘 하루도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만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자신만의 행복 루틴을 찾아 행복의 뿌리를 내리자. "Rooting for your happiness routine"


※ 추신, 어떤 경로로든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본인이 확실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 주시면 좋겠다. 가장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새롭고 신비할 것일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