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왕징, 이 시간을 간직
아날로그 시계가 좋다.
시계가 돌고 있다는 사실에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기록한다.
글이라는 이 세계는 시간을 멈추며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다시 불러 올 수 있는 또 다른 세계.
베이징 출장 중 매일 비가 내렸다. 아래로 향하는 빗방울에서 위로 떠올려 보내는 수증기 같은 생각들.
잿빛 하늘에는 재가 되어 사라질 상념들이 가득. 잉크에 묻어나오는 글자만이 평생을 함께할 시간들이겠지.
하늘에서 내리는 차가움은 각자의 세상에서 헤쳐모여 빗길을 뚫고 지나가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행렬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온 몸을 적셔가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가.
그들을 아래서 내려보는 베이징 왕징 소호 빌딩 옆 벤츠의 삼각별 등대는 360도로 돌고 도는데
시계는 돌아가지만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흩날리는 빗줄기에서 생각은 방울 방울 모여 빗방울이 말을 걸었다.
업무 출장 속에서도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에 문득 느낀 이 행복감은 평범한 일상 속의 나를 강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문득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해에서의 마지막 날에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우산 아래 서로에게 닿을 수 없었던 생각의 점들이 우연처럼 다가오기를(下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