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 ONE Aug 18. 2023

상하이 재즈바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2)

House of blues and jazz

서로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 사이에, 어색함과 분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연주자들과 함께한다는 그들이 연주자로서 더욱 흥을 내고, 이곳이 가진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 바이브가 풍성했으면 좋겠는데 라이브 공연을 앞에 두고, 촬영하느라 그 작은 폰 앞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내가 만약 연주자라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문득 퇴근 후 재즈바에 자주 오고 싶어졌다. 물론 입장료 2만 원과 맥주 2병에 2만 원이라는 1-2시간의  기분 전환을 위해 4만 원을 쓴다는 것 한국이었다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
문득 깨달았다. 아! 지금 나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삶을 실제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끔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재즈바에 파묻혀 금요일 밤을 보낸다는 것.
2부 세션에서는 드럼이 실력 발휘를...유일하게 성실히 박수 치는 내 노력에 감동한 것일까? 갑자기 급 웃음이 나온다. 공연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올 블랙 차림의 직원들. 그런데 머리 스타일은 흡사 청나라 시대로 회귀한듯한 변발 또는 깍두기 머리에서 이곳 특유의 인위적인 세련미, 곳곳에 존재하는 로컬의 올드함. 공연 내내 이곳을 휘감고 있는 이질감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멜로디와 보컬의 맥락 없는 make some noise 와 기타의 give some clap 에서 나는 make myself a crab 을 외치며 옆으로 걸어나갔다. 재즈바에서 들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브루노 마스의 TREASURE.
기분이 좋을 때면 단어들을 갖고 장난치고 싶어진다. TREASURE를 마음대로 뜯어본다. TRAVEL+JOURNEY 의미를 담은 나만의 형용사 TREASURY. 이 조어의 뜻은 ; 보물같은 여행의 순간이 될 것만 같은 - 이라는 형용사.
이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맥주와 재즈와 약간의 BUZZ에 예상 가능한 불안이 엄습한다. 이곳을 나가면 너무나도 적나라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이 공연이 끝을 향할수록 난 두려움을 느낀다. 서로가 서로를 소개해주는 applause에서 박수는 신데렐라의 시계처럼 정각을 향해, 종점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소리가 아닐런지.

조명이 환해지기 전에 문을 나선다.  결국 그들에게도 연주는 직업이고, 직업은 어쩔 수 없이 반복이라는 행복의 반쪽을 잃으면서 하게되는 것일테니. 이제 상해에서의 생활도 2주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하이 재즈바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