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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Aug 20. 2023

여행지에서 냉장고 자석을 살 때 나와 취향이 같다면

항저우, 그곳을 향한 발걸음

거친 표면을 담은, 가격은 저렴했던

그러나 지금은 아날로그 감성으로 다소 비싼

투명한 표면 처리는 꺼리는

세로보다는 가로형의 투박한 모습이

통일성을 맞추기 위해 그 지역의 이름은 영어로 표시가 되어 있어야 하며

너무 세련되지 않아야 하며 길거리에서 팔아야


최근엔 souvenior 샵에 가야만 테라코타 느낌의 아날로그 냉장고 자석이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이 마음에  여행지였다면, 명소 하나를 들리지 않아도 냉장고 자석을 사고야 만다.


다음에 살 수 있겠지 하며 지나친 곳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리스본의 23번 트램이 골목길을 올라오는 냉장고 자석을 1유로에 산 일이다.


오늘 샀던 항저우 서호의 풍경을 담은 냉장고 자석이 한국 돈으로 4500원 정도 하니 가격이 많이 상승했지만 이 돈 들이고 그때의 좋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

사진은 뭔가 좀 부족하다. 해외여행에서의 사진을 집안 곳곳에 두는 것도 좋긴 한데, 의도적으로 꾸민 느낌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각 여행지에서의 스타벅스 컵을 사는 것도 좋긴 한데 컵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고, 그 특유의 통일된 이미지 때문에 몇 개 사다 보면 지역의 특색이 한눈에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기념품을 사는 건 잘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농구 경기장에서 받아온 응원 타월은 어디가 걸어 놓기는 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큰 감흥은 없다.


특히 필라델피아에서 본 NBA 경기는 필리건들의 광란의 응원과 함께 나 또한 미친놈처럼 응원하고, 정말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현지 흑인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들한테 "I LOVE YOUR JACKET" 소리만 족히 10번은 넘기 들었던 빨파 조합의 76ers 엠블럼까지. 하지만 너무 자주 입어서 그런가? 오히려 그냥 항상 입고 다니다 보니 여행 기념품이라는 생각도 희미해진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제발 좀 표면이 거칠고 투박하고 뒤를 돌려보면 아무렇게나 붙인 라벨지에 사람들의 손 때가 많이 타서 이게 3달러인지, 5달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걷기만 해도 발견할 수 있었던 그런 냉장고 자석들을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입체감 없는 디지털 프린팅과 표면 코팅 처리된 자석들은 볼 때마다 그때의 느낌들이 다소 단순해지는 듯한 느낌에 오늘도 내 취향에 꼭 맞는 냉장고 자석을 찾으러 다닌다. 찍어낸 듯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진 이곳에서 다소 거칠지만 그만의 고유성을 소유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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