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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독서] 마틴울프 -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를 바라보며

by AND ONE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되고
아무것이나 믿게 된다.
- G.K. 체스터 -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에 대한 고민, 합리적인 분석 능력은 탁월하나 난민과 이민자와 관련된 분석, 영향, 여파 등에 대한 이상적인 태도에서 비현실성을 느끼며 덮은 책.


기자 출신인 저자는 방대한 양의 자료와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제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가 왔음을 경고합니다. 굳이 민주주의적이라고 구분한 이유를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미 한국사람이라면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탄핵이 없었던 시절, 경제는 지속 성장했던 시절,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이명박 정부야말로 대한민국이 누릴 수 있었던 전성기였을지도 모릅니다. (정치인으로서의 평가는 갈릴 수 있지만, 중국의 고도성장의 혜택과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정부의 경제 정책과 외교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영국인 저자는 본인을 특정 미덕을 갖춘 엘리트 계층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이 책을 저술한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난민을 대하는 태도와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는 면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대한민국에 중국인과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어 겪게 될 사회적 혼란을 상상하면서 읽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라는 희대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영국인의 삶은 더욱 가난해지고 각박해지고 이민자에 대한 혐오감과 민족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저자의 주장은 책의 전반에 걸쳐 논리적이고 이성적입니다.


요즘 저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 또는 고인이 된 사람들의 초기 저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 연구했거나 죽기 직전에 집필한 책을 좋아합니다. 죽기 직전에 이 사회에 무언가를 남기자는 마음으로 초인적인 힘과 인류애를 발휘하는 저작에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읽을 글로는 얼마 전 워렌 버핏의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연례 주주서한을 읽어볼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현인들의 지혜를 읽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조만간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내란을 선동하는 사람들과 내란을 실제로 도모하는 세력과 결탁한 집단 모두를 알아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위기를 '데이터'와 함께 바라보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며, 저의 밑줄 문장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1. 개혁은 혁명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사회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이다. 그런 시도는 항상 파괴와 독재로 치달았다.

2. 본질적으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패배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정당들 간의 권력 경쟁이다. 이는 '문명화된 내전'이지만, 무력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승자가 패자를 파괴하려고 하지 않는다.

3. 정부의 개입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당한 정도의 자산이 없는 사람들도 포함되도록 유권자 기반이 확대됐기 때문에 불가피한 현상이다.

4.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작동 가능성은 인구 전체, 그중에서도 특히 엘리트층이 특정한 미덕을 가졌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5.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6.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일정한 운율을 가지고 있다.

7.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되고, 아무것이나 믿게 된다. - G.K. 체스터턴

8. 권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사람들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다.

9. 민주적인 정치 공동체가 번영하려면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10. 비(非) 다수결 기관인 중앙은행, 헌법재판소, 규제 기기관에 더 많은 권한이 위임되면서 민주주의가 기능관료주의로 변질되고 있다.

11. 광고 수익의 절반이 페이스북과 구글에 돌아갔다. 한편 신문사의 광고 수익은 계속 감소했다. 그 결과 뉴스 수집의 경제성이 붕괴했다.(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돈이 들지만, 전파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

12. 미디어는 메시지가 아니다. 메시지를 형성할 뿐이다. 메시지 자체는 고통, 두려움, 분노다.

13. 이제 국민은 스스로의 힘으로 정치를 해야 하지만, 국민은 이를 싫어한다. 타고난 지도자를 찾을 수 없으면 사람들은 기존 엘리트들 대신 자신감 넘치는 우파 포퓰리스트들을 선택한다.

14. 희망은 신뢰를 필요로 한다. 두려움은 그렇지 않다. 단지 적이 필요할 뿐이다.

15. 억만장자의 재산이 2배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더 잘살게 되는가이며, 이는 대부분 합리적인 급여를 받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16. 주가와 직접적으로 연계하여 경영진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보너스 문화'는 큰 문제이다. 이는 종종 잉여 현금흐름과 심지어 차입금을 투자가 아닌 이른바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행태는 생산적인 사업을 금융 투기 수단으로 변질시킨다.

17. 경제는 정치를 강화한다.

18.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의 가장 큰 수혜자는 폐지되는 보조금 프로그램을 원래 받지 못하던 사람들, 특히 부유한 사람들의 비근로 배우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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