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점을 찍는 1시간, 점심 혼자 먹는 남자 (6)
이곳에서 잠시나마
일을 제쳐두고
EAT / PRAY / WRITE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나오면 발견할 수 있는 두 가지 긴 줄. 하나는 SKT 해킹으로 인하여 새로운 USIM침을 받으려는 인파. 또 다른 하나는 마티나 라운지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긴 줄.
언제부터 라운지에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는고 하니 라운지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가 많이 검색된다. 아무래도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에 맞춰 카드의 혜택이 많이 늘어났나 보다 생각했다.
공항 라운지를 들어가기 위해 웨이팅을 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 생각한다. 수속을 마치고 잠시나마의 여유를,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집중해서 처리하기 위한 독립적 공간 그것도 아니면 특정 지역의 라운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를 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일까.
'얼마나 오랫동안'
라운지에 있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직항이 없었던 미국행 출장길에 들린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사파이어 라운지. 라운지 앞에서 바라보는 활주로의 모습은 '점심을 혼자 먹기에 최고의 뷰'를 제공한다. 맥주 앞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아메리카 항공. 12시에 쓰는 지금의 취기는 1시간 30분만 허용될 수 있는 잠깐의 일탈 앞에서, 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라운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게 되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라운지'를 처음 이용한다는 그 설렘.
활주로를 홀로 가로지르며 하늘과 바다 그리고 양 옆으로 펼쳐진 유도등을 따라 이륙을 준비하는 아메리칸 항공의 뒷모습처럼, 나는 홀로 있다. 홀로움을 넘은 성스러운 순간.
바로 그 순간, 1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뷔페 음식과 스파클링 와인. 이어 보스턴 로컬 맥주와 셰프의 햄버거까지. 최고의 광경과 함께하는 약 2시간 동안의 라운지 트립. 아, 너무 욱여넣은 것일까. 트림이 나오나 이것조차 트립의 일부.
나의 트림에서 올라오는 묘하게 불쾌한 냄새. 이 냄새가 취기를 깬다. 빨간 유니폼을 입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던 흑인 청년의 모습이 이륙 준비를 앞둔 비행기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맥주 한 잔을 더 시킨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인생 또한 비극이자 희극일 것. 라운지에서만 허락되는 생각들에만 다시 집중한다.
공항에서는 혼자가 되는 일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그 자연스러움에 익숙해진 해외로의 이동에 신선함 한 스푼. 공항 라운지에서 점심을 혼자 먹으며 10년 된 노트북과 함께 글을 쓰는 일. 그것만큼 맛있게 글 쓰는 방법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