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루스] 출장이 여행되는 순간
대한항공의 푸른 날개는
에디 히긴스의 건반처럼
하늘빛 그리움을 쓰다듬는다.
대한항공, 애틀란타행 하늘 위에서 오랜만에 창가석에 앉아 새하얀 운해와 운무 그 사이를 가로지는 보잉사의 비행기 날갯짓은 에디 히긴스의 건반처럼 하늘빛 그리움을 쓰다듬는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미국 조지아 출장. 애틀랜타에서 즐길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만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열린 마음이 되기 위해 travller's note를 다시 펼친다.
마법 같은 순간. 문장을 수집한 노트를 여는 그때, 나의 시간 여행은 시작된다. 근 2년 동안 비행기를 탄 횟수도 꽤나 될 터인데 하늘 위에서 읽은 책과 영화, 그리고 음악들은 마치 여행의 끝맛처럼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닌 지 걱정도 잠시, 가을빛 조지아, 애틀랜타의 바람은 얼마나 친절할지, 새로운 기대를 품어본다.
애틀랜타, 교육 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곳을 가며 조던 피터슨을 오랜만에 읽는다. free of speech에서 forced speech로 바뀐 상황에서도 열렬히 인생의 법칙을 탐구한 사람의 저작을 읽는 것만큼 하늘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다시 읽고 싶은 책과 쓰고 싶은 글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이윤기 <그리스로마 신화와 저작들>,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등등.
미덕과 악덕을 구분하기 위한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곧 지혜. 그것이 제대로 나이 들어가는 능력일 것이다. 그 능력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질문.
"난 어떤 고통을 짊어지고 살 것인가?"
비행이 이토록 짧게 느껴질 수 있는가? 13시간 2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영화 위플래쉬와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피아노 선율을 감상하며 대한항공 모닝캄 문장을 수집하기까지. 혼돈의 삶을 하나씩 풀어가기 위해 데리고 온 현대인의 타이레놀, 책까지 시트 테이블 앞에 놓여있다.
미래는 앞에 놓여있다. 미래는 과거를 반영한다. 분명 나 자신은 더 멋진 곳으로 향할 것이다. 인생에 찬탄을 이어나가게 하는 미지의 영역과 미적 공간 사이에서 인생의 미로를 따라가는 일. 혼자만의 시간, 비행 그리고 일, 사랑 그리고 가족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착륙 40분 전, 시간을 기록하는 행위에 질감을 더한다. 내슈빌 상공 위에서 보는 강줄기와 촌락의 모습이 지난번 읽었던 에드워드 리의 <버터밀크 그라피티>를 상기시킨다. 무엇을 진정으로 '보고' '추구' 할 것인가?
색소폰의 울부짖음과 제트스트림 0.7mm가 발휘하는 스케이팅 실력이 영상 12도의 애틀랜타 날씨와 어떤 기울기로 만날 것인가 - 기대한다. 계절의 기울기와 질감의 거칠기를 나전칠기처럼 글로 덧붙이는 것, 그것이 나만의 여행 법칙. 일로 시작된 비행도 그곳에서의 업무도 모두 나를 거치면 '항해'가 된다.
구름바다를 운항한다. 하늘빛 날개 앞면의 호박색 유도등이 자리를 내어준다. 태양의 시간이, 일상을 시작해야 하는 daytime이 곧 시작되는 것이다. 착륙 후 어떤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앞다리를 모은 채로 건반에 뛰어오르는 고양이처럼(?) 활기찬 점프가 좋을지도 (실제로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애틀랜타, 조지아 출장은 먼 훗날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그때 필요한 주문, "마타에르". 거친 질감을 뜻하는 그 단어에 진실한 순간을 끊임없이 덧칠한다. "마타에르, 마타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