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거부하는 여행자들

[트래블루스] Solo Travel, Soul Yourself

by AND ONE
Solo Travel
Soul Yourself

눈앞에 드넓게 펼쳐진 대지가 여행자에게 이렇게 가라 저렇게 가라 일러주지 않는 것처럼, 여행이란 마땅히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순을 감수하고 이렇게 말을 적는다. 내가 믿는 것은 단순하다. 내가 홀로 여행하는 방식이 지금의 무질서한 사회를 조금이나마 바로 세우는 길과 맞닿아 있다는 그 믿음. 믿음, 즉 신념이라는 것도 굳이 설명될 필요는 없다.


지금 세상엔 혼자라는 말만 내걸고 영상과 장면을 쓸어 담는 여행이 넘친다. 기록이라 부르지만 실은 재현일 뿐인 여행, 증거를 모으듯 소비되는 길. 잘못되어도 너무나 잘못된 방식인데, 누구도 그릇되었다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디어 권력은 여행 전시 문화를 조장하는 것을 넘어 끝장을 볼 태도로 우려먹는 중이다.


잘못된 여행은 왜 그것이 잘못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에는 옳고 그름이 있는 것처럼. 관찰자가 되겠다며 세상을 훔쳐보지만, 끝내는 온전한 관찰자가 될 기회마저 스스로 놓치는 중이다. 그것이 여행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방식이다.


여행을 함으로써 여행의 기회를 참탈한다. 찬탄의 기회를 스스로 박탈시킨다. 눈길은 누구나 좋다 하는 곳으로만 몰린다. 남이 예쁘다 말하는 풍경에 불붙은 나방처럼 달려드는 그 모습엔, 더 이상 자기만의 길이 없다. 그건 이미 자기의 여행이 아니다.


남이 보는 여행이 아닌, 남에게 보여줄 필요조차 없는 여행. 홀로 걸어야 하고, 홀로 견뎌야 하고, 홀로 간직해야 한다. 비밀을 품은 길, 그 고독한 광야를 스스로 열어젖히는 일. 그것이 오롯한 한 사람의 여행이다.


여행을 거부한 여행자들에게, 브이로그가 아닌 아날로그가 함께하길. 연말의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는 사진보다 사색이 가득하길.

매거진의 이전글출장이 여행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