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루스] All the beauty in the world
인생은 보다 큰 것으로 향하는 과정
인생은 보다 큰 것으로 향하는 과정. 바다 위를 가르는 행위에 대지와 대양의 위대함과 거룩함을 발 밑에 두고 12시간 이상 시트백 화면만 쳐다보기에는 기내에서 누릴 수 있는 '공짜'의 시간, 사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던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염탐하는 관광객이 될 준비를 하는 중이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애써 깊이 들어가지 않고자 현실을 핑계로 마음의 죄책감과 부채 의식을 직면하기 겁이 나서 다시 책으로 도망치고 있다. 자발적 도망, 자발적 고립, 자발적 독립, 자발적 묵독, 기내에서 읽는 책. 특히나 동행 없이 온전히 나 홀로 하늘 위에 존재하는 순간은, 온 세상 만물을 내 인생과 동행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작가의 10년을, MET에서 새롭게 태어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본 시간. 스스로 단순한과 침묵의 공간으로 밀어 넣어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했던 경비원을 나만의 가이드로 둘 수 있었던 8시간. 주위를 둘러싼 승객을 조각상 삼아 할로겐 스팟 램프 아래에서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가장 비싼 시간을 가장 고귀하게 만드는 순간, 장거리 비행은 시적 순간이 된다. 이 기억도 평생 잊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기쁘지만 동시에 또다시 찾아올 유사한 순간들에 지쳐 금세 일상의 중력 아래 살아갈 나 자신의 모습까지도...구름에서 헤엄치듯 상상해 볼 수 있었던 순간.
위대한 작품들 사이에 나 자신을 두고 누군가의 인생을 그대로 따라 해 보는 것, 상상으로만 그려냈던 책 속의 순간을 직접 느껴보는 것.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어떤 우연한 가능성과 인생의 신비, 그리고 헛된 기대와 희망찬 좌절감이 동시에 내게 말을 걸까?
22년부터 매년 1번씩 미국을 올 수 있었던 지금 이 순간을 결코 헛되이 보내지 말길. 이 영감의 순간이 칠흑 같은 어둠을 품은 짙은 파랑의 물결에 윤슬처럼 피어나기를. 그 피어오름이 봄날의 민들레 꽃씨처럼 훨훨 날아와 그곳의 내게 기적처럼 착륙하기를.
미국행을 앞두고 아직도 당신의 손에 오직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남아 있다면, 지금 당장 책 1권을 사서 가시길.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신다면 아직 여행을 시작하지 못한 것이다. 여행은 가끔 돈 아까운 일이 있어야 여행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