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Blues]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여행

말과 글이 아닌 오직 체험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고독.

by AND ONE

이번 글에서는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여행 좋아하는 민족도 없다고 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만큼 만족도가 높은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만족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행은 결국 자기 것이니까요. 만족과 불만족의 경험이 모두 자기 자신 안에 남기 때문에 돈을 차치하고 그때의 시간은 남는 것이지요.


시간, 참 중요합니다. 근데 그 시간을 우리는 대부분 어떻게 쓰고 있나요? 일상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쓰지 못합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시간이 있지만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있다는 미스매치. 시간이 없지는 않은데,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갈증과 실질적 시간 결핍 상태에서 내 여행은 시작됩니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 강해지기 위해서입니다. 강인함을 추구하는 여행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 '강인함'이 자신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여행의 이유로 시작한 글에서 갑자기 강인함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니체의 문장으로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여행에서 한층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즉, 더욱 강인해진 존재란 "스스로 사물과 행동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른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강자 위버멘쉬(초인)란
스스로 사물과 행동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인간
-니체-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스스로 사물과 행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오직 타지에서만 스스로 사물과 행동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모국의 익숙함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요즘은 여행 콘텐츠가 워낙 많아서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 자체도 사실 선택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브이로그를 보고, 유명한 여행지를 수집하듯 다니는 것도 나를 강인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강해질 수 없습니다. 위고비를 먹고 뺀 살이 본인의 체중 감량 능력을 증명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우리에겐 이런 경험이 필요합니다. 막상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실제로 작게나마 경험해 보고 '좋고 싫다'는 판단을 할 수 있을 때, 그다음번에는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때의 감각이 내 몸에 깃들게 되는 것입니다. 피곤한 마음을 이끌고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여행을 돌아볼 때, "이건 좋았고 이건 별로였고, 그래서 다음번엔 어떻게 할 것이다" -라는 마음가짐과 행동에서 자신만의 가치 판단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건 결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본인만의 감각이 되는 것입니다.


불립문자(不立文字), 말과 글이 아닌 오직 체험으로만 감각할 수 있는 것들로 나를 채우는 일. 그것이 불립문자의 여행입니다.



여러분, 우리 강인해지기 위해 여행을 떠납시다. 나의 눈으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것들에 스스로 부여할 줄 아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봅시다. 자발적 고립과 고통을 부여하며 잊고 있었던 행복한 고독 상태를 회복합시다. 고독은 방구석에서 유튜브만 보면서 "타인은 지옥"을 외치는 외톨이 상태가 아닙니다. 나를 모르는 사람과 환경에 둘러싸인 채, 같은 지구별에 살고 있는 많은 보통 사람 중에 하나인 나, 그런 나와 다른 존재들 사이에서 지금의 나의 위치, 나의 좌표를 고민하는 것. 그런 게 행복한 고독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말과 글의 한계로 쓰이지 못한 것들조차 오직 여행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오늘의 트래블 블루스 (Travel Blues). 여기까지. 춥니다.


P.S. 여러분은 어떤 행동을 할 때, 스스로 강인해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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