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당할 뻔한 슬픈 이야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힘든 막내작가 시절을 어떻게 견뎠는지
지난날의 열정과 패기에
스스로 칭찬을 백만 번은 해주고 싶습니다.
10여 년 전, 날이 이미 어둑해진 밤 시간
방송국 여자화장실 세 번째 칸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서러운 눈물을 흘렸던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방송을 무사히 마치고 난 뒤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울렸습니다.
"지금 저희 집으로 문의 전화가 계속 오거든요?
장사를 못할 지경인데 이거 어떻게 하실 거예요?"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습니다.
시청자 문의 전화번호를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하는 건 저였습니다.
프로그램에 온 지 얼마 안 돼
한창 정신없고 힘든 때여서 그랬는지
출연업체 전화번호 뒷번호를
55에서 66으로 잘못 적는 실수를 했던 것입니다.
(정확한 번호는 아니지만 이렇게 두 자리를
실수했던 것 같습니다)
이튿날까지 장사를 제대로 못한 그 식당은
프로그램을 상대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왔습니다.
물론 피해를 끼쳐 너무너무 죄송한 심정이었지만
한편으론 저의 이 작은 실수가
범죄 수준으로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신조는
'실수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가 되었고,
업체 전화번호를 몇 번씩 확인하는 건 물론,
무엇하나 무심히 흘러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는
영광의 상처라기에도 뭐 한 강박증이 생겼는데,
확인을 하고 또 해도 마음이 편치 않고
나를 믿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생각해 보면 저는 좀 억울합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무섭게 휘몰아쳤던 그 상황이,
그리고 나를 오랜 시간 괴롭혔던
그 극도의 불안함이 조금은 억울한 거지요.
지금은 그때와 생각이 좀 다릅니다.
상황을 벗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나이로 인해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수 있는데,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어, 괜찮아.'
하며 나를 먼저 토닥여줍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몸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이 참 깊은 시대입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는 모르지만,
너무 각박한 세상 속에 던져져
하루하루를 이 악물고 기를 쓰며
살아내야 해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힘든 영역에서
싸움을 싸우고 있다고 하지요.
지금 겪고 있는 그 내면의 힘듦은
절대 당신 탓이 아니고
각박했던 상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니,
우리는 스스로를 토닥이며 그것이 잘 지나가도록
길을 터주는 일을 하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