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너 좀 낯설다

보통사람의 이야기

by 김행복


최근 본 넷플릭스 콘텐츠 중

'블랙미러'라는 시리즈물이 있다.


박정민 배우님이 본인 에세이에 강력 추천을 하셨길래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시즌7의 첫 화인 '보통 사람들'을 시청했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버렸다.


*간략한 줄거리, 스포주의*


내용인즉슨,

보통의 부부가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

아내가 죽을병에 걸려 쓰러졌는데

첨단 기술을 활용해

뇌를 복제하는 수술로 병을 고치고

이전의 평범한 삶을 되찾는다.


그런데 아주 큰 문제가 있었으니,

이 모든 것은 정기 구독 서비스이기 때문에

와이파이처럼 일정 구역을 벗어나면

기억을 잃게 되며,


점차 돈을 더 내고 업그레이드해야만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입 밖으로

생뚱맞은 광고를 남발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만한 일들이 일어난다.


결국 남편은 돈을 벌려고

이를 뽑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이상한 라이브 방송을 하는 등 처절한 몸부림을 치다

부부가 함께 파멸에 이른다는

매우 매우 슬픈 이야기.


과연 아내는 병에 걸려 죽는 것이 나았을까,

더 살기 위해 사람이 좀 괴상(?)해지더라도

꿋꿋이 버티는 게 나았을까,

너무 씁쓸한 결말이다.


그리고 이토록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이런 일이 머지않아

진짜 현실세계에 일어날 것 같아서.


엄청난 기술의 발전으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

과연 인간에게 좋기만 할까?


어쩌면 기술이 인간 위에 군림하고

인간을 지배하는 파멸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 보통의 부부처럼 말이다.


최근 SNS에서 유행했던 것 중에

집에 낯선 이가 들어와서

집안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심지어 침대에 드러눕기까지 하는 사진과 영상을

AI로 만들어 가족에게 전송하는 밈이 있었다.


정말 감쪽같이 사람을 합성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도저히 구분이 불가능한.


그걸 합성인지 모르고 본 가족들은

집 안에 침입한 낯선 이를 보며

얼마나 오싹하고 식겁했을까,

글쎄, 나는 마냥 웃기지만은 않았다.


또 하나의 일화를 들자면,

식당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음식을 받은 후

벌레가 빠진 것처럼 AI로 합성해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사진만 보면 진짜인 것 같아

앞으로는 열심히 장사하시는 사장님들만

억울한 일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에

내가 다 기운이 빠지고 속상해졌다.


내가 고리타분한 건가,

나는 갑자기 인간 세상에 침투해 버린

AI가 너무 낯설다.


그리고 왠지 AI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은

무시무시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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