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 아는 지인도,
백도 없던 스물 초반 공대녀였던 저는
방송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전심으로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본인이 간절히 원하는 것 앞에서
없던 길도 막 뚫고 개척할 수 있는
열정의 엔진이라도 도는가 봅니다.
저에게 필요한 건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구성작가 아카데미라는 걸 알았고,
수강료로 200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했습니다.
직장인에게는 200만 원이
그리 큰 액수가 아닐 수 있지만
20대 초반의 대학생에게 200만 원은
그야말로 벌어본 적 없는 큰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자니,
그건 또 싫었습니다.
부모님도 제가 공대 전공을 살려
안전하게 취업했으면 하고 바라셨기에
혼자의 힘으로 꿋꿋하게 해내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달까요.
그래서 저는 4학년이 되기 전 휴학을 하고
무작정 알바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보던 중
'OOOO 컴퍼니'라는 회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래전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근무 시간이 길지 않았고
여러 여건이 굉장히 좋았으며,
무엇보다 인센티브를 많이 준다는 점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이거다..!!"
저는 당장 이력서를 냈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와서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호기롭게 'OOOO 컴퍼니'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곳에는 저처럼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정장 차림으로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면접은 보통의 다른 회사들처럼 진행됐습니다.
지원 동기는 무엇이냐,
본인의 장점을 이야기해 봐라 등등
여러 명이 앉은 채로 다대다 면접이 진행됐고
저는 딱히 막히는 질문 없이
대답은 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면접을 마치고 데려간 사무실에서
사실 뭔가 좀 쌔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컴퓨터가 수십 대 깔려 있고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은 일제히 컴퓨터 앞에서
어떤 타이밍에 클릭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곳도 있구나..'
사회생활이라곤 대학이 전부였던 저는
그냥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 OO 님 합격하셨거든요. 이사님 면담할게요."
최종 합격 목걸이를 걸고 들어선 이사님 방에는
한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책상에 앉아 저를 맞이해 줬습니다.
이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어떻게 큰돈을 벌 수 있는지 설명해 준 뒤에
먼저 투자를 하면 나중에 돈을 더 얹어 돌려주겠다며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낀 채로
은행에 전화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설득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막
은행 업무 마감시간이었나 봅니다.
월요일에 출근해 다시 진행하자 합의를 보고
나도 이제 돈을 버는구나,
무척이나 설레는 맘으로
회사를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금요일 늦은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