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하죠,
뭔가 쌔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주말 동안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이 회사 어떤 것 같으냐 묻기 시작했습니다.
저보다 사회생활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한
언니 오빠들에게 물었더니 글쎄
그 회사 이상하다고 가지 말라는 겁니다.
'간다고 약속했는데 어쩌지...'
그때만 해도 세상에 때 묻지 않아
굉장히 순수했던 저는 주말 내내
엄청난 내적 갈등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사수에게 죄송하다는 문자 한 통을 남기고
결국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한 4개월 정도
흘렀으려나요?
저는 하필이면 또 어떻게
그 근처의 약국에 알바 자리를 얻어
꽤 괜찮은 조건에서 알바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매일 약국에 들르시는 요구르트 여사님이
그날따라 상기되어 약국에 입장하셨습니다.
"글쎄, 오늘 저기 건물 5층에
경찰들 오고 난리 났어."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곳은 제가 가려고 했던
그 이상스러운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대학생들 대상으로
돈 2천 만원씩 떼먹었나 봐.
부모님에 경찰들에 난리 났다니까?"
와, 그렇습니다.
그곳은 다단계 사기 집단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요상하게 피해 간 은행 타이밍으로
다행스럽게 사기를 모면할 수 있었고
그 다단계 회사가 망한 소식까지
직접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이 일은 방송작가라는 꿈을 위해 달려가다 겪은
아주 황당한 해프닝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 내가 그 꾐에 넘어갔다면
어떤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리고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면접에서 마주쳤던 초등학교 동창생인가 하고
긴가민가했던 친구가
제발 저처럼 이상함을 눈치채고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