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더 이상 설레지 않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by 김행복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동안 내가 쌓은 다방면의 경험치로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

빠르게 결정하는 건 물론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와도

화를 내고 분을 내기보다는

침착하게 감정을 다룰 줄도 알며,


내가 어떨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또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스스로를 잘 돌볼 줄도 알아

힘든 일도 요령 있게 헤쳐 나간다.


하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울적해질 때가 있다.


버스 창 밖에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그다지 설레지 않을 때,

이런 내가 낯선 순간.


나는 눈 내리는 날이 그렇게 좋았다.


흩날리는 눈송이를 보고 있노라면

하늘에서 선물을 뿌려주나 보다,

보통의 하루가 뭔가 좀 더 특별해지는 느낌이랄까.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걸으며

발자국 도장을 찍을 때

뽀드득 눈이 숨 죽이는 소리가 즐거웠고,


온기 가득한 방에서

유리창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고요한 동화의 한 장면 같다,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퇴근길 버스 차창 밖으로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일 아침 출근길은 힘들겠네,

좀 더 일찍 나와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30대 어느 겨울의 나.


비 내리는 감성이 오히려 좋고,

맛집을 가도 이 맛이겠지 하며

음미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어떤 물건을 사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기대감은 확연히 줄어든,


나는 정말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행복에 대한 역치가 점점 높아지며

설렐 일이 줄어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동심이란,

작은 것에도 무척이나 기뻐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