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삶을 견디게 한다
저는 삶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힘들다고 느낄 때,
제가 언젠가 다시 일어날 거라는 걸 압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릴 테지만요.
이런 무한 긍정의 힘은
저의 유년 시절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가정환경은 절대 넉넉하지 않았고,
오히려 살림살이가 무척이나 빠듯해
부모님은 늘 돈 걱정에 시달리셨습니다.
작게 얘기한다고 하셨겠지만
작은 집의 구조 때문에
부모님의 걱정 섞인 낮은 목소리가
어린 저의 잠결에 종종 들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그런 형편에
어머니는 저를 가난하게 키우지 않으셨습니다.
저를 이 집안의 희망으로 삼으시고,
어찌 보면 과할 정도로
이것저것 교육시키셨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바둑, 서예, 미술, 피아노, 검도 등등
안 다녀 본 학원이 없을 정도였고
저는 그 일정을 소화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느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결국 그렇게 힘든 수련의 결과로
덕을 많이 보게 됐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어떤 분야에 특출 날 건 아니더라도
특별히 못하는 건 없었기에
늘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였고,
한 번도 빠짐없이 매년 학급 회장을 맡았습니다.
또, 사교육의 힘인지 어머니의 열정 때문인지
물론 둘다겠지만 공부도 꽤 잘해서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한 개 넘게 틀려본 적이 없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중학생 때는 저의 열정까지 더해져
공부로는 전교권에 들게 됐고,
전 과목에서 하나 틀린 적이 있을 정도로
저의 가능성에 대해 무한히 꿈꾸던
그런 시절을 보냈습니다.
여기까지 제 자랑을 늘어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 가장 황금기 같은 시기를 지나며
저의 정체성이 단단해졌다는 것입니다.
이후의 삶은 정체성이 뿌리 채 흔들릴 정도로
너무나 많은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삶이 너무 괴로울 때마다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나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이렇게까지 해 봤었잖아.
할 수 있어, 이겨낼 수 있어."
누군가 한 말이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어린 시절 정립된 생각과 가치관이
어른이 된 이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요.
제가 그렇습니다.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면 그때의 기억으로
저는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삶은
늘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벼랑 끝에 몰려 삶이 끝날 것 같았지만
끝나지도 않았고요.
혹시 지금 너무너무 어둡고 터널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옛날 그것도 버텼던 당신은,
그리고 그 일도 멋지게 해냈던 당신은,
지금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더 멋진 내일을 맞을 수 있습니다.
삶은 늘 우리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