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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예찬

01. 한라산의 매혹에 푹 빠지다

by Happy LIm

[코스에 따라 색다른 멋을 선사하는 한라산]


제주도를 자주 여행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 조차도 한라산에 7개의 탐방코스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7개 코스를 모두 다녀온 사람은 더욱 드물다. 그렇지만 한라산의 멋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위의 7개 코스를 계절을 달리하여 찾아 보아야 한다. 코스마다, 계절마다 확연히 다른 풍경과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20210529_103104.jpg 주) 서귀포 칠십리시공원에서 바라본 한라산(2021.05.29)

한라산 탐방 7개 코스 중 정상인 백록담까지 오를 수 있는 곳은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이다. 웅장한 백록담의 북벽과 남벽, 그리고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펼쳐진 드넓은 평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어리목코스, 영실코스와 돈내코코스가 있다. 이외에 한라산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한라산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석굴암코스과 어승생악코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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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9_105817.jpg 주)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 본 한라산 백록담의 남벽(2021.09.25)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도 최소 왕복 6시간 이상 소요되고, 초보자는 10~12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코스이다. 특히, 관음사 코스는 등산시간이 더 길고, 급경사 구간도 더 많으므로 한라산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이 코스는 삼가해야 한다. 한라산 하면 설경이 백미인데 두 코스 모두에서 빼어난 설경을 볼 수 있다. 다만,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올 정도의 아름다운 설경을 보고자한다면 관음사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20211113_102848.jpg 주) 성판악 코스 : 진달래밭에서 백록담 사이의 등산로에서 바라본 설경(2021.11.13)

관음사코스의 1차 설경은 삼각봉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삼각봉과 장군봉이 하얀 눈을 갑옷 삼아 겉에 두르고 백록담 입구를 철통같이 지키는 듯하다. 2차 설경은 이곳에서 백록담 인근까지 이어지는 주목 군락지이다. 천년을 산다는 주목의 가지에 소복히 쌓인 눈이 각양각색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3차 설경은 백록담과 주변풍경이다. 흰 눈으로 소복히 덮인 백록담은 설경의 백미를 이룬다.

20211220_113357.jpg 주) 관음사 코스 : 삼각봉의 설경(2021.12.20)

영실코스, 어리목코스, 돈내코코스는 각각 독특한 풍경을 지니고 있다. 영실코스는 병풍바위, 오백나한, 선작지왓 등 한라산 중턱의 웅장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어리목코스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던 ‘베르펜의 초원’과 같은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돈내코코스는 대부분 울창한 숲길이라 명상하면서 걷기에 좋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아 찾는 사람이 적다. 다만, 철쭉이 피는 계절에 이곳을 찾으면 드넓은 평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진분홍의 철쭉꽃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는 있다.

20210925_131442.jpg 주) 영실코스 : 오백나한과 서귀포 앞 바다 풍경(2021.09.25)
20210627_124657.jpg 주) 어리목코스 : 만세동산의 풍경(2021.06.27)
20210523_121048.jpg 주) 돈내코코스 : 평괘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 사이의 들판에 핀 철쭉꽃(2021.05.23)

이외에도 '작은 한라산'이라는 별명을 지닌 어승생악코스와 한라산 중턱에 아담한 암자가 있는 석굴암코스도 있다. 어승생악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제주도 내 368개 오름 중 두 번째로 높은 오름이다.

20211017_152448.jpg 주) 어승생악코스 : 어승생악 정상에서 바라본 백록담(2021.10.17)




[계절에 따라 변화 무쌍한 한라산]


한라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각기 특색있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봄이 되면 영실코스의 선작지왓과 돈내코코스의 평궤 대피소 주변의 넓은 평지에 핀 진분홍 철쭉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1,7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 만개한 철쭉꽃과 그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진 한라산 백록담의 북벽과 남벽의 풍경은 마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20210509_093338.jpg 주) 영실코스 : 선작지왓에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북벽)과 철쪽꽃(2021.05.09.)
20210523_125625.jpg 주) 돈내코 코스 : 평궤 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 사이의 들판에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남벽)과 철쪽꽃(2021.05.23.)

여름이 되면 제주 시내는 덥고 습하지만, 한라산 등산로는 울창한 숲이 더위를 잊게 해준다. 때론 한 여름철에도 거센 비바람이 불어 백록담에서는 여름옷만 준비한 사람들을 오들오들 떨게할 정도로 쌀쌀하다. 소낙비가 내리는 날에는 성판악코스 중간지점에 있는 사라오름 분화구에 물이 가득 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구릉지 내에 호수가 만들어진 것 같다. 물이 가득 찬 호수에는 파란 하늘과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투영되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20211003_102936.jpg 주) 성판악코스 : 한 여름 한라산 사라오름 분화구 풍경(2021.08.07.)

여름철에는 한라산 정상부근에 비가 자주 내려서 백록담에는 대부분 물이 차있다. 이곳에 가끔 백록담 위를 스쳐 지나가는 흰 구름이 투영되고, 때론 물을 마시고 있는 노루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푸른바다, 제주도심, 그리고 제주섬 전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바다 한가운데 우뚝솟아 있는 산이라서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갑자기 거친 소낙비가 내리는가 하면, 순식간에 먹구름이 가득 몰려오기도 하고, 거센 바람이 불어서 기온이 급강하하기도 한다. 그래서 백록담을 오르려면 우비와 여분의 옷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210926_105504.jpg 주) 한 여름의 한라산 백록담(2021.08.07.)

가을에는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빗소리에 취해 걸을 수 있어 좋다. 한라산에서 가을 단풍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참빗살나무 등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마가목 등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나무들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나뭇잎을 떨군 채 빨간 열매만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영실코스 주차장에서 존자암지까지 이어지는 약 2~3km 구간의 고즈넉한 산책로를 걸으며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20211030_133406.jpg 주) 영실코스 : 영실주차장에서 존자암지로 가는 길의 단풍(2021.10.30)
20211024_072029.jpg 주) 어리목 코스 : 만세동산의 가을(2021.10.24)

겨울에는 한라산 높은 곳 어디서나 아름다운 눈꽃을 만날 수 있다. 백록담에는 하얀 눈이 쌓여 마치 커다란 백색 옹기그릇 같다. 관음사 코스의 삼각봉과 왕관릉 바위 위에 눈이 쌓이면 치열한 겨울 전투를 위해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의 투구와 전차를 연상시킨다. 선작지왓, 사제비동산, 만세동산, 민대가리 오름 등 드넓은 평지를 뒤덮은 흰 눈은 스위스의 아름다운 알프스를 떠올리게 한다.

20211113_101155.jpg 주) 성판악코스 : 백록담의 설경(2021.11.13.)
20211205_123319.jpg 주) 어리목&영실코스 :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 사이의 눈꽃(2021.12.05)


한라산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눈꽃 풍경이 더 아름다워진다. 상대적으로 낮은 곳의 나뭇가지에는 하얀 상고대가 피고, 중간지점부터는 나뭇가지마다 내려앉은 눈이 마치 하얀 나뭇잎처럼 보인다. 고지대에서는 나무 전체를 하얀 눈이 덮어 눈 세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겨울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환상적이다.

20211113_100109.jpg 주) 관음사코스 : 삼각봉에서 백록담 가는 길의 눈꽃(2021.11.13)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다른 한라산]


한라산은 동서남북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한라산의 색다른 모양에 따라 전해오는 이야깃거리도 달라진다.


북쪽에서 바라보면 한라산 전체 윤곽이 가장 뚜렷하게 보인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의 북벽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길다란 능선이 부드럽게 뻗어 내린다. 그래서 한라산은 어머니같이 평안한 산이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한라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실계곡, 탐라계곡, 병풍바위, 크고 작은 오름 등 굴곡도 많다. 한라산은 평상시 더없이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때론 눈보라가 몰아치고, 폭우와 폭설이 내리는 등 혹독한 환경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한라산은 엄한 어머니의 상도 지니고 있다.

20210826_063505.jpg 주) (북쪽) 제주항에서 바라본 한라산(2021.08.26)
20210714_195831.jpg 주) (북쪽) 제주시 화북포구에서 바라본 한라산(2021.09.06)
20211026_064744 (1).jpg 주) (북쪽) 제주시 건입동 별도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2011.10.26)

남쪽에서 바라보면 한라산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과 같다. 마치 편안히 누워 있는 어머니의 모습 같고, 때로는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 한라산 백록담의 남벽이 입술이고, 좌측은 눈, 우측은 턱같이 보인다. 한라산은 서귀포의 아름다운 경치와도 잘 어우러진다. 칠십리시 공원의 작은 연못, 위미항의 포구, 섯알오름, 산방산, 군산오름, 송악산, 마라도 등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풍경도 일품이다.

20210529_103904.jpg 주) (남쪽) 서귀포시 칠십리시공원에서 바라 본 한라산(2021.05.29.)
20210130_095420.jpg 주) (남동쪽)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에서 바라 본 한라산(2021.01.30.)

동쪽에서 바라보면 한라산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으로 나가기 위해 투구를 쓴 전사와 닮았다. 한라산 백록담이 투구 모양을 하고 있고, 동쪽 중산 간 지대의 많은 오름이 갑옷 역할을 한다. 겨울에는 흰 투구를, 봄과 여름에는 녹색 투구를 쓴다. 전투에 임하는 각오도 비장한듯 느껴진다.

20211204_104555.jpg 주) (동쪽) 표선면 대록산에서 바라본 한라산(2021.12.04.)
20211001_064406.jpg 주) (동쪽) 섭치코지에서 바라 본 한라산((2021.10.01)
20211023_125301.jpg 주) (동남쪽) 영주산에서 바라 본 한라산(2021.10.23)

서쪽에서 바라보면 한라산은 어머니의 가슴과 닮았다. 자식을 먹이고 키우는 우리 어머님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 따뜻함이 고산평야와 대정평야로 흘러들어 제주도민에게 맛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쪽은 땅이 척박하고, 서쪽은 상대적으로 비옥하다. 그래서 동쪽에는 콩이나 목초 등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작물을 재배하고, 서쪽에는 감자, 고구마, 대파 등을 재배한다.

20211017_115546.jpg 주) (서쪽) 제주시 애월읍 노로오름에서 바라 본 한라산(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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