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화북 금산리 환해장성
장소 : 제주시 화북동 금산리 환해장성
날짜 : 09.08
제주 앞바다에 저녁노을이 곱게 내려앉는다.
붉게 물든 하늘빛이 고스란히 바다에 스며들어, 일렁이는 파도에 부딪쳐 찬란한 빛의 조각들로 흩어진다.
그 노을빛이 바닷가에 옹기종기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환해장성에도 다가온다.
그러나 크고 작은 돌들을 촘촘히 쌓아 올린 그 돌담은, 마치 철옹성처럼 단 한 줄기 빛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고려에서 조선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을 견뎌내며 지켜온 힘이 여전히 그 안에서 무게 있게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환해장성은 몽골의 말발굽이 섬을 뒤흔들던 시절에도 묵묵히 제주를 보호하던 든든한 성벽이었다. 거친 태풍이 불어오면 바람막이가 되었고, 거친 파도가 밀려오면 방파제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제주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기다림을 조용히 받아 안으며 함께하고 있다.
그렇게 수백 해 동안 제주도민의 마음을 품어온 환해장성이
오늘은 웅장한 한라산의 기운과 맑고 푸른 제주 바다의 숨결, 그리고 저녁노을의 따스한 빛과 어우러져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제주의 환해장성은 세월이 흐르며 쇠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아름다움을 품은 풍경으로 우리 앞에 선다. 이제는 존재만으로도 오래된 시간이 현재와 손을 맞잡는 듯, 한라산과 바다 그리고 노을빛이 서로를 비추며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