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기 풍기는 아침햇살

다랑쉬오름 & 지미봉

by Happy LIm

장소 :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지미봉




제주 바다 위로 어슴푸레한 안개를 헤치며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밤과 아침의 경계에서 빛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바다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잔잔하다.


붉은빛이 다랑쉬오름에 자리한 소나무 가지 사이로 스며든다. 곧게 내려앉지 않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다니며, 마치 어린아이가 숨바꼭질을 하듯 장난을 친다. 잠시 머물다 다시 다른 곳을 찾아 나선다.

소나무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받아들인다. 붙잡지도, 막아서지도 않는다.
그저 빛을 감싸 안으며, 이 아침을 더 따뜻하고, 더 환한 놀이터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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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은 이렇다. 모든 것이 살아 있고, 모든 순간이 놀이가 된다.

계산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회에 발을 들여 일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점점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안개는 앞을 가로막는 불안이 되고, 떠오르는 해보다 아직 남아 있는 어둠을 먼저 헤아린다.
빛이 머무는 순간보다 사라질 시간을 걱정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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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바다의 아침은 조용히 말해준다.
안개는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고, 빛은 조금 늦게 올뿐 결코 오지 않는 법은 없다고.

태양은 서두르지 않는다. 안개를 밀어내지도, 억지로 밝히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제 자리에서 떠오르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밝힌다.


소나무 또한 그렇다.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바람에 휘고, 비에 씻기고, 햇빛에 바래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빛이 머무는 잠깐의 장난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가지를 내어주며

조용히 아침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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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삶에도 어슴푸레한 안개가 깔려 있을지 모른다.
앞이 분명하지 않고 마음이 쉽게 가라앉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소나무처럼 품을 열고, 어린아이처럼 잠시 웃는 것도 필요하다.
빛은 이미 떠오르고 있고, 우리는 그 빛을 맞이할 자리에이미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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