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봉
새벽이 찾아오자 장난꾸러기 해가 기다렸다는 듯이 수평선 너머에서 얼굴을 살포시 내민다.
“오늘은 누구랑 놀까?”
해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드넓은 놀이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에이, 혼자 놀기는 싫은데…”
심술이 잔뜩 난 해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표현이라도 하듯 바다와 하늘을 온통 발그레하게 물들인다. 점점 더 빨개진 모습으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였다.
가까운 바닷가에서 자그마한 소나무가 나뭇가지를 연신 흔들어 댄다.
“여기에서 나랑 놀자!”
그 말을 듣자마자 해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닷속에서 박차고 솟아오른다.
“정말? 같이 놀아 줄 거야?”
금세 환해진 얼굴로 소나무 곁에 다가온 해는, 커다란 기둥 사이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친구를 본다.
“내가 밀어줄게!”, "휘이익!, 휘이익!."
그네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와아! 더 높이, 더 높이!”
한참을 밀어주다 보니 이내 싫증이 났나 보다. 다른 놀이가 찾아 나선다.
“우리 숨바꼭질하자! 내가 먼저 숨을게!”
해는 재빨리 풀 숲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붉은빛이 새어 나온다.
“거기 보인다!” 소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에이, 또 들켰네!”
결국 해가 술래가 되었다. 이번에는 해가 눈을 꼭 감는 척하며 말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해는 천천히 하늘로 오르며 이곳저곳을 찾아본다.
쑥쑥 자란 풀밭도 살펴보고, 소나무 사이도 비춰 보고... 너무 꽁꽁 숨었나 보다.
숨은 친구를 찾는 일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보인다.
풀잎들과는 가위바위보를 해본다.
“가위! 바위! 보!”
바람이 불자 풀들이 한꺼번에 흔들거린다.
“우와, 다 같이 바위구나!”
이번에는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보며 “어흥!” 하고 호랑이 흉내도 냈다. 그림자가 점점 짧아지자,
“어? 호랑이가 작아졌네?”
하고 또 깔깔 웃는다.
해는 이제 자신이 술레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주위에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신기하기만 하다.
재미있게 놀다 보니 하늘 위로 비행기 한 대가 슝— 지나간다.
그때서야 하루가 지났음을 알게 된다.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 것을 멈춘다.
내일 또 다른 친구들과 즐거운 놀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가끔은 세상의 번잡함과 일상의 고단함을 잊어버린 체,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처럼 지금 이 순간만에 집중하면서 즐겁게 보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