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고근산
서귀포 신시가지 바로 인근에 있는 오름이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친근한 뒷산 정도로 생각되는 곳이다. 관광객에게는 서귀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고, 올레꾼에게는 제주올레 제7-1코스를 걷다 보면 중간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오름이다.
이 오름은 고공산이라고도 불리는데 평지 한가운데가 우뚝 솟은 오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근처에 산이 없어 외롭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제주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설문대할망이 심심할 때면 한라산 정상을 베개 삼고, 고근산 분화구에 궁둥이를 얹고, 서귀포 앞바다의 범섬에 다리를 걸치고 누워서 물장구를 쳤다고 한다.
고근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는 4곳이 있다. 제주올레 제7-1코스(15.7km, 제주올레여행자센터~제주월드컵경기장)를 따라 고근산로 202번 길을 지나 오름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되돌아오거나, 월드컵운동장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나머지는 고근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200~300m 간격으로 A와 B코스의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고근산로 양옆에 자그마한 공터가 있지만, 비좁기 때문에 서귀포 시내에 주차한 후 올라가는 것이 좋다.
올레꾼이나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가볍게 산책할 수 있도록 오름하단에서 정상까지 산책로가 나무계단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또한, 오름 정상까지 가지런히 조림된 삼나무, 편백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커다랗게 자란 삼나무 숲을 걷다 보면 오름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조성된 굼부리 둘레길을 만나게 된다. 둘레길 양쪽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나무들 사이에 생긴 빈틈을 통해 분화구 내부나 서귀포 앞바다 등 주변 풍경을 감상해야 한다. 오름 정상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주변 풍경이 일품이다.
바로 앞쪽에는 분화구 내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깊지도 않은 굼부리가 있고, 그 주위로 빙 둘러 커다란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요정들이 울창한 숲 속에서 즐겁게 노니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금방이라도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다.
굼부리 너머로는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범섬, 문섬, 섶섬 풍경이 펼쳐진다. 세 개의 섬이 한 줄로 늘어서서 머나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를 최일선에서 막아내는 첨병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휴대폰 카메라의 배율을 높여보면 섬 주변으로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것도 볼 수 있다. 때론 거센 파도가 섬 꼭대기 인근까지 솟아 오른 후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진다. 끊임없이 부딪치고 부서진다. 그러다가 지쳤는지 어느 순간에 파도가 잔잔해진다.
눈을 조금만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흐린 날씨인데도 중문관광단지 너머로 군산오름과 산방산, 송악산 풍경을 볼 수 있다. 웅장한 산방산이 이곳에서는 군산오름에 가려 자그마한 산 봉우리로 느껴진다.
분화구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숲 사이로 드러나는 제주월드컵경기장, 서귀포 신시가지와 범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멋지다. 풍경도 멋지고, 서귀포 앞바다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마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