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용담포구
위치 : 용담포구 방파제
날짜 : 06.19
특징 : 용담포구 방파제는 제주항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여객선 및 어선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멋진 일출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이면, 고요한 용담포구 방파제에는 자연이라는 위대한 화가가 그려내는 한 폭의 멋진 동양화가 탄생한다.
용담포구를 둘러싸고 있는 방파제 끝자락에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연상시키는 검은 화선지 한 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화가는 '오늘은 어떤 풍경을 담아낼까!'라며 한참을 고민해 보고, 머릿속에 밑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드디어 결정을 내린 듯하다. 그런데 붓을 들지 않고, 망설임도 없이 눈앞에 놓인 검은 화선지를 두 동강 내버린다. 그리고 찢어진 화선지 사이에 가느다란 붉은 천을 넣어 이어준다.
붉은 천 위에 먼바다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여객선, 안전하게 항해토록 빛이 되어주는 등대, 입항 후 편안하게 정박할 수 있는 부두를 차례차례로 배치한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려는 듯 칠흑같이 검은 바닷속을 뚫고,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올려놓는다.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솟아오르고 있는 해를 여객선 앞에 한 번, 여객선 뒤에 한번 배치해 본다.
그리고, 빠르게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말해주기 위해 태양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여객선의 움직임을 표현해 보기도 한다.
여객선이 붉은 천의 끝자락에 도달할 즈음, 그림을 마무리하려는 듯 아침 해는 하늘 속으로 밀어 넣는다.
완성된 듯 보였던 그림에 아쉬움이 있었나 보다. 활기차면서도 풍성한 시작을 추가로 알려 주려는 듯 뱃고동을 힘차게 울리면서 항구로 들어오는 어선을 바다 위에 띄운다. 그렇게 화가의 그림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