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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예찬

10. 한라산 단풍의 백미_ 한라산 존자암지

by Happy LIm

영실입구에서 매표소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우측에 '한라산 존자암지'라고 큰 글씨로 쓰인 푯말이 눈에 띈다. 존자암지가 많은 사람이 찾는 영실자락에 있고, 천아계곡과 함께 단풍이 곱기로 이름난 곳인데도 생소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고려대장경 기록에 의하면, 부처님의 16 제자 중 여섯 번째인 발타라 존자가 탐몰라주(제주의 옛 이름)에 머물렀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그가 머문 절터가 한라산 어느 지점에 남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 존자암이 당시 사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현재의 절은 2002년 11월에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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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암자라고 해서 '한번 들러볼까!'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가 평탄하고, 잘 조성되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몇십 미터 걸으면 암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였는데 오늘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영실 입구~윗세오름~남벽분기점 코스를 5시간 정도 다녀온 후 피곤한 상태로 걷다 보니 길게 느껴진 것 같다. 입구에서 존자암까지는 편도 1.3~1.5km 정도로 길지 않다. 게다가 평지이거나 완만한 산책로라서 이곳만 방문한 사람에게는 부담되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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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니 뜻하지 않게 곱게 물든 단풍나무가 한두 그루씩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는 산책로 양옆으로는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눈이 즐거워진다. 힘들다는 생각도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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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실코스에서는 볼 수없었던 붉고 노란 단풍이 이곳에서는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 산책로에는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떤 나무는 노란 색깔로 물들어 있다. 어떤 나무는 적갈색을 띠고 있다. 또 다른 나무는 빨갛다. 형형색색의 단풍나무들이 모여 가을을 물들인다.


이곳보다 고산지대인 선작지왓이나 영실계곡에서도 단풍을 보지 못해서 전혀 기대하지 않고 찾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멋있는 단풍을 볼 수 있게 되니 기쁨이 배가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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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는 지리산 노고단이나 내장산, 설악산에서 볼 수 있는 단풍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단풍은 기온차가 크고, 적당한 비와 맑은 날씨가 반복되어야 곱게 물든다. 그런데 제주도는 기온차가 적고, 비가 자주 내린다. 때론 장기간 가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단풍이 그리 곱지는 않다. 그나마 제주 도내에서는 천아계곡과 이곳이 단풍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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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제주도에 가뭄이 지속되어 나뭇잎이 단풍 들기도 전에 말라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영실계곡 등 고산지대에는 서리까지 내려 나뭇잎이 일찍 떨어지거나 얼어버린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산책로에서는 곱게 단풍이 들었다. 이곳을 찾은 일부 사람들도 단풍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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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자암에 다가 갈수록 숲은 깊어지고, 단풍은 더욱 곱게 물들어 있다. 사찰 입구에서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산책로 주변과 자그마만 계곡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줄지어 있다. 하늘을 올려보니 온통 붉은색이다. 여러 나무가 어우러져 붉은 동굴을 만들어 낸다. 한참을 올려본다. 목이 아파올 정도로 눈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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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자암은 우리나라 여느 사찰과 유사하게 아담하고, 고즈넉하다. 사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암자 뒤쪽 숲에서 노루가 빼꼼히 내려본다. 이 시간에는 사람이 있어 신기한가 보다. 놀래거나 피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젠 숲에서 나와 사방이 확 트인 풀밭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도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다. 어느 정도 배를 채웠는지 느릿느릿 숲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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