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간호사가 제 천직인 줄 알았습니다.
간호사가 되기만 하면, 내 인생은 고속도로를 달리듯
승승장구할 줄 알았죠.
하지만 첫 시련은 대학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 시험에서 들이닥쳤습니다.
학창 시절, 나름대로 공부를 못하지 않았기에
큰 자신이 있었지만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과의 경쟁은
제 자존감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고,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고,
결국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10년 가까이 종합병원 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인지
끊임없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았고,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나만 더 잘하면 되겠지’
‘내일은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
매일같이 혼자 애쓰고 또 애썼지만
현실은 제 마음 같지 않았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간호사는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다’라고
굳게 믿어왔던 만큼,
그 믿음이 흔들리는 감정은
더 깊은 회의로 다가왔습니다.
천직이라 생각했던 간호사라는 길이
더 이상 나를 지탱해주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두운 공간에서도 빛은 존재하듯
저에게도 들어줄 사람이 있었습니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고,
포기하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제 뒤에 있었습니다.
“유연하게 대처하다 보면 삶에 틈이 생기게 됩니다.
그 틈으로 알 수 없는 행복이 들어오기도 하고,
귀한 사람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 틈 사이로 좀 더 행복한 것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탓으로 틈을 메우지 마세요.”
―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P.149
지금 저는 여기저기 부서를 옮겨가며
필요한 곳에서 나를 메워가고 있고,
조금씩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정식 자리’는 없지만
그래도 간호사라는 프라이드는
제 안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현장에서, 주사를 놓고
환자를 직접 만나며
신규 간호사처럼 다시 일하고 있는 지금,
몸은 분명히 힘든데
마음은 날아갈 듯 가볍고 행복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답이 언제 나올지,
도착지는 어디일지
그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머릿속을 시끄럽게 만들지 않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털어놓고
우울하면, 그대로 두고 흘려보냅니다.
그렇게 가볍게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가족들, 주변 사람들,
직장 동료들이 떠오릅니다.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저는 다시 간호사로,
그리고 다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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