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남자 직원이 4주 동안 출산 휴가 (Paternity Leave)를 사용할 수 있는 복지가 있다. 연속으로 사용해도 되고, 4주 (working day 기준 20일)를 쪼개서 사용할 수도 있다.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팀 동료는 아이가 3명이기 때문에 출산 휴가의 달인이다.
"출산 휴가 어떻게 쓸꺼야?"
"글쎄.. 지금은 장모님이 와 계시니 8월에 쓸까 생각중이야"
"너가 입사한지 얼마 안돼서 한달 동안 자리를 비우면 너가 힘들수도 있어. 매일 반차를 사용하는 건 어때?"
이전 회사에서도 출산 휴가 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2주를 연속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만약 2~3년 정도를 다녔고, 다른 팀원들이나 상사들과 신뢰 관계가 두터웠다면 여기서도 그렇게 사용했겠지만, 아직 입사한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제안은 나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나는 그의 제안을 따르기로 결정하였고, 대략 2달 정도 되는 기간동안 오전 근무만 하는 형태로 일하게 되었다.
오늘은 휴가 제도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기존에는 어떤 일들에 대한 나의 느낌이나 감정을 기록했다면 오늘은 정보를 전달하는 관점에서 기록해보고자 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미국 반도체 제조 기업의 싱가포르 법인(공장)인데, 꽤 다양한 휴가 제도가 있다. 기본적으로 Annual Leave라 불리는 연차가 있으며, 몸이 안좋을 때 사용할 수 있는 Sick Leave가 있고 1년에 14일을 사용할 수 있다. Sick Leave의 경우, 하루를 사용하면 별다른 증빙 서류가 필요하지 않지만, 2일 이상 연속으로 사용하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많은 경우 Sick Leave를 Annaul Leave 처럼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Family Care Leave가 있는데 가족 구성원을 케어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1년에 5일을 사용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자녀가 있으면 Child Care Leave를 일년에 6일을 사용할 수 있고, 자녀 유무를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출산을 하면서 Family Care Leave를 출산하는 날부터 입원해 있는 동안 사용했고, 추후에 Paternity Leave와 Child Care Leave를 묶어서 연속으로 사용할 계획에 있다. 이 외에도 Volunteer Leave, Unpaid Infant Care Leave 등 다양한 휴가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휴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쓰지 못하면 다 소용없는 것이다. 나는 내 보스와 휴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놀랐다. 나는 보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출산 휴가를 사용하고 싶은데, 언제 사용할 수 있을까요?"
".... 그건 너가 알겠지..??"
"아, 내 계획은 있는데 보스 허락을 구하려고 물어봤어요"
"그건 나한테 물어볼 게 아니야. 너가 정하면 그걸로 된거야"
혹시 우리 보스만 그런가 싶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봤고, 보스의 보스에게도 비슷하게 물어봤지만 대답은 같았다. 대기업이 다 그런건지, 싱가포르여서 그런건지, 미국 기업이어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휴가 사용에 대해서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휴가를 사용하면서 눈치를 보는 일을 줄이고, 그 에너지를 업무에 더 쓰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