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해서 하는 것이 없을 때 불안감이 찾아온다.
일도 그럭저럭 큰 문제 없이 하고 있고, 가족들도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고, 월급은 문제없이 들어오는데, 갑자기 우울해지는 시기가 있다. 최근 들어서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 사실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것 같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는 20분 동안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나 몰입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느 것에도 몰입하지 않으면 나는 불안감을 느낀다"
차라리 일이 바쁘면 불안감이 없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고,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도 불안감을 느끼지만 그 불안감은 명확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몰입하지 않음으로부터 오는 불안감은 너무나 막연하다.
그렇다면 일이든, 육아든, 집안일이든, 글을 쓰든, 뭐라도 몰입할 대상을 찾는 것이 정답일까?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지금 당장은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만족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일까? 불안감을 덜어내기 위해 언제나 최소 한가지에는 몰입을 하는게 정말 좋은 일일까?
사실 이 주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종종 생각해왔다. 지금까지는 항상 몰입할 무언가를 찾았고, 그 대상에 의지하면서 불안감을 덜어냈었다. 대학원 시설에는 논문이나 연구에 집중하기도 했고,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미친듯이 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 없이 항상 아이와 회사 모두를 생각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일에, 집에서는 아이를 돌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최소 두 가지 미션(?)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데 내 인생에서 어떻게보면 놓칠 수 없는 두 가지 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 일에 몰입을 한다? 몰입이라면 보통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해왔고, 또 내 역량이 부족하여 여러 가지 일에 모두 몰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 결론은 "몰입 없이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나를 바꾸어야 한다" 이다. 크게 한가지에 빠져들지 않아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이제는 나만 생각할 수도 없고, 새로 태어난 사랑스러운 아이와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함께하는 와이프와 함께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 아직은 방법은 모르겠다. 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금 더 생각해보았고, 그것이 나와 내 가족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이라는 것은 맞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