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세상 속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 채로, 내던져진, 20대 청춘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빌 게이츠는 21살에 Microsoft 를 창업했고, 한강 작가는 23살에 윤동주 문학상을 받았고, 아무개씨는 21살에 행정고시를 합격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짐을 느꼈었다. 단지 역량의 한계를 체감해서는 아니다. 어떻게 어린 나이에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성취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나를 압도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게임하며 노는 것을 즐기고, 고등학교 때가 되어서야 고작 수능 공부를 해서 대학에 진학하였다. 당연히 목표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오히려 친구들이 무언가 할 줄 안다는 일이 신기했다. 당연히 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무언가 할 줄 알더라. 영어 프리토킹을 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고, 요리를 하는 친구를 처음 보았고, 일상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친구를 처음 보았다.
나는 그저 아무 것도 없이, 광활한 세상에 던져졌다. 창업을 하기는 커녕,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는 커녕, 그런 것을 꿈 꿀 수 조차 없게,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랐다. 밑그림이 있는 도화지를 색칠해나가는 일은 쉽겠지만, 흰색 도화지에 무언가 그려나간다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렇게 2016년, 마치 1살 같은 나의 20살은 시작됐고, 지금은 2025년, 29살이 되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전공은 경제학이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2년간 토스(Toss) 앱을 만드는 일을 했다. 올해부터는 우아한형제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직업이 바뀐 현상이 드러내는 것처럼, 나는 도화지에 여러 그림을 그려나갔다. 이것 저것 시도해보고, 그렸다 지웠다 반복했다. 나는 성인이 되고 8년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8년간 끊임없이 독서하고, 책상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글을 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길 망설이며, 끝끝내 도전하며, 남들이 보기엔 일관적이지 않게 치열하게 살아왔다. 즉, 자아를 탐구하는 데 온 힘을 다했다. 29살이 된 이제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해졌다고 느낀다. 어디로 가야할까 라는 불안감 또한 거의 없다. 그냥 나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느낀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20대 청춘들, 대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도전이라는 것도 해본 적이 없으며, 책을 읽어본 적도 손에 꼽으며, 해외 유학 경험은 당연히 없고, 부유하지도 않은 한 청년이 어떻게 자신을 찾아가고,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는지 이야기 해주고 싶다. 광활한 세상 속, 방황하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쓸 글은, 취업 잘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일에는 나는 관심이 없다.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취업을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밑그림이 그려진 후에, 어떤 곳에 어떻게 취업할지 그려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중심으로 나를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먼저 곧추세우고 그것이 가치를 창출해 내길 희망한다. 내 글이 취업을 직접적으로 도와주진 않겠지만, 되려 인격적으로, 역량적으로 몇 배나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취업이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산물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는 자신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질주의가 더욱 심해지는 이 시대에, 꿈을 찾길, 자아를 탐구하길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길 바란다. 내 글이 여러분들로 하여금, 세상의 소리에 초연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