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직업을 먼저 일렬로 세워두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대는 것 같다. 나는 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변환한 것처럼 큰 전환이 필요하다. 즉, 나를 먼저 곧추세우고 그에 맞는 직업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에 맞는 직업이 없지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내가 직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왜 직업이 아닌,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 이유는, 직업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외부적인 기준을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외부적인 기준이라고 하면, 안정성, 연봉, 주변인의 선택 등이다. A 직업과 B 직업을 비교할 때, 그곳에 “나”가 빠지기 쉽다. 나에게 얼마나 잘 맞는가,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얼마나 외부적인 조건이 우월한가 하는 것만 생각하기 쉽다. “나”로부터 출발하면, 비교 과정이 생략되거나, 비교하더라도 그 기준이 단순해진다.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고,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만 판단하면 된다. 그러므로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여 직업을 얻게 되었을 때 당연히 그 일에 만족할 확률이 높다.
두 번째 이유는, 직업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내가 익숙하게 아는 직업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쓰라고 하면, 모두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들만 나온다. 선생님, 소방관, 축구선수, 경찰, 의사 등이다. 초등학생은 당연히 자아를 단단히 세울 수 없고, 그러기 때문에 익숙한 직업들만이 나의 후보군에 오르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경향성이 이어진다. 친구들, 학과 선배님들이 다수가 선택하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이 얼마나 재능이 다양한데, 자신이 쉽사리 접하는 것만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리오넬 메시가 처음 해 본 스포츠가 야구라고 해서, 야구선수를 직업으로 선택했다면, 우리는 역사적 인재를 잃게 된 것이다.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편향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내가 잘하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 그 기준에 맞는 분야들을 하나씩 도전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직업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별 상담가, 독서 교육 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자 등. 이들은 모두 여러 분야가 융합된 직업들이다. 내가 개발도 좋아하고, 남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교육자라는 직업이 가능한 것이다. 또는 그런 직업이 없는데,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면, 내가 창업해서 그 직업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나는 25살이 될 적에, 경제 분야에서 직업을 가지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그때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하는 기준을 나열해 보았다. 그때 추출한 최소한의 가치가, 선한 영향력과 창조였다. 무언가 창조하는 일을 할 때, 나는 몰입할 수 있고, 큰 즐거움을 느꼈으며, 그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일들을 찾아보았다. 작가, 개발자, 화가, 개그맨 등 다양한 직업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그것이 개발자였다. 처음부터 직업으로 삼고자 하진 않았고, 학습과 실습을 시작했다. 몇 개월 학습하고,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며,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니, 창조와 선한 영향력이라는 가치가 잘 실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개발 업무를 직업으로 하는 일을 해보기로 다짐했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꺼내는 것부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는 경험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려면 실행해 보아야 한다. 무엇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려면 실행해 보아야 한다. 직접적인 경험이든, 간접적인 독서이든 말이다. 그래야만 선명해진다. 이것에 대해서 2장 “자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세히 다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