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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Dec 25. 2023

고기국수

수육전골 육수와 고기로 만든 국수

아침 일찍 성탄절 예배를 드리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딸 셋 들은 다 교회를 다니는데 엄마 아빠는 아직 교회를 다니지 않으신다.

예전에는 그냥 교회 다녀오고 교회 행사로 바쁜 일들이었을 때라서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 얼마나 시간이 있을지 모르니까.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같이 교회가 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니까.


남편이 어제 퇴근하면서 아이들과 고기국수를 해 먹으려고 수육전골 육수와 수육 고기를 가져왔는데, 어제 우리 가족은 외식을 했고 잘되었다 싶어서 친정으로 가지고 왔다.

수육전골도 정말 맛있는데 오늘은 그 고기와 육수에 면을 삶아서 고기국수로.


이미 삶아진 고기였는데 차가우니까 육수를 삶으면서 같이 넣었더니만 고기가 너무 푹 익어서

녹는다는 표현이 맞을는지 모르겠지만 잘리지가 않고 으깨져서 속상했다. 물론 맛은 있었지만.

60대 후반의 엄마와 70대의 아빠가 드시기엔 그래도 더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빠도 엄마도 맛있게 드셨고 커가는 우리 꼬맹이들, 아니 이제 청소년이라고 해도 어울릴 아이들은 냉면그릇 가득 2-3인분은 족히 될만한 국수와 고기를 먹었다. 11월에 담가두었던 김장김치와 총각무를 꺼냈는데 총각무 총각김치가 정말 맛있게 익어서 고기국수보다 총각무를 더 많이 먹은 거 같다.


추운 겨울에 군고구마 한입에 총각무 한입 아삭. 얼음 살짝 언 동치미 국물도 함께 먹으면 이 세상 다 가진 맛이었는데. 요즘은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많이 안 해 먹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대부분이 아파트에 기름보일러, 혹은 가스보일러지만 예전에는 연탄보일러가 많았었다.

연탄보일러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밤에 불씨가 꺼질까 봐 자기 전 새 연탄을 올려놓고 자기도 했고 연탄불을 피울 때 번개탄을 넣어서 불을 붙이기도 했었는데 그럴 때면 꼭 그 옆에 동치미통이 있었다.

진짜인지 모르지만 연탄가스엔 동치미 국물이 좋다고. 초등학교 6학년때였다 중학교 1학년 때였나 밤에 연탄불을 갈고는 꼭 동치미국물을 마셨던 것 같다. 

방바닥은 뜨끈했지만 외풍이 심해서 찬바람이 많이 들어와서 누워서 호~하면 입김이 서렸던 어린 시절.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 시절은 그런 집들이 많았었다.

아니, 내 주변에만 그랬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 시절엔 전혀 가난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었고 다 크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때 우리 집은 가난했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엄마에게 정말 감사하다.

전혀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으니까. 우리가 다 착했었나 싶기도 하고.




고기국수를 먹고 엄마와 함께 옷을 사러 나갔다. 20년 동안 입었던 외투가 있었는데 지금도 입을 수 있고 너무 좋지만 이제는 새로 사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구입을 했다. 엄마가 등이 굽고 허리를 펴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작년에 허리수술을 하고 난 후로는 자꾸만 약해지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영양제도 사드리고 하지만 운동을 많이 하지 않으셔서 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봄이 되면 엄마랑 걸으러 가자고 해야겠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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