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산책 Dec 24. 2023

엄마가 미워질 때면 읽을 거야.

사춘기 아들의 책상에 놓인 태교일기장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많은 분들이 그랬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설렘 가득하게 태교일기도 적으려고 노력하고 이것저것 좋은 것도 먹으려고 노력하고,

다 조심하며 그렇게 만날 날을 준비했던 그때. 온라인상에서 일기를 매일 100일간 빼지 않고 쓰면

책으로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직접 글씨도 쓰고 꾸미고 그렇게 하던 것도 있었지만 사진도 넣을 수 있고

어디서든지 컴퓨터로 혹은 모바일로 적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100일을 꽈악 채워보았었다.


임신해서부터 입덧했던 이야기, 중간에 아빠와 만났던 이야기 순간순간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들.

그리고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태어나기까지 많이 사랑하고 기다리고 있는 그 마음을 적어두은 글.

13살을 지나 이제 곧 본격적인 청소년기를 맞이하는 사춘기의 정점으로 접어들고 있는 아들이

엄마의 책장에 꽂혀있던 일기장을 보더니 가져갔다.


어느 날 책상 정가운데에 저 일기장이 놓여있었다.

왜? 엄마가 미워질 때 보려고?라고 농담 삼아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자꾸만 부딪히는 일들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왜 화를 내는지도 모르게 화를 내면서 그 화가 또 다른 화를 내게 만드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농담 삼아 "엄마 갱년기인가? "라고 말할 때가 종종 있다. 아직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중학생이 되는 시점이 되다 보니 2차 성징과 함께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달라지고.

말하는 것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당연한 것인데 어느덧 내 키를 넘어 170을 넘고 있다 보니 아직 마음은 초등학생인데 다 큰 것처럼 행동하길 바라고 있어서, 기대가 커서 '이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할 줄 알았는데' 하고 지레짐작하다가 그래서 화를 내는 거서 같기도 하다.


아이들마다 성향도 다르고 성장속도도 다른데, 자꾸만 평균치를 생각하게 되고

다른 친구들은 지금 이런 것 같은데 하면서 비교 안 한다고 했는데 마음속에서 비교하면서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데 자꾸만 아이에게 잔소리가 많아진다. 하지 말아야지, 스스로 하게 기다려줘야지 하면서도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들을 볼 때면 걱정이 돼서. 

그러니까 잘못될까 봐 불안함이 앞서는 바람에 자꾸만 말이 많아지게 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책상에 저 책이 놓여있다. 

그래 저 책이라도 읽어서 마음이 풀린다면 그래도 괜찮은 거라고 생각해 본다.


.

문득. 아이가 자신이 외롭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오늘 나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예배를 드리면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내 안에 계신, 내 옆에 계신 어디에도 계신 하나님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구나.라고 다짐해 본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사춘기육아 

작가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셀러브레이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