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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Mar 25. 2024

어느 날 발견한 눈물 자국으로 번진 일기장

보고 싶은 막내에게

지금쯤 30대 중반이 되었을 텐데, 어쩌면 결혼을 했을까, 아이를 낳았을까

아니면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공부를 하고 있을까, 사업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것이 너무 많지만 볼 수가 없는 동생에게.


어느 날 사진을 정리하다가 왠 낯선 남자아이의 사진을 발견했어.

음, 누구지? 하고는 한참을 보다가. 막내인걸 알고 정말 너무너무 미안했어.

이제 얼굴조차 기억이 나질 않아, 나는 이런데 엄마 아빠는 어떠실까.  사진과 함께 발견했던

눈물진 엄마의 일기장에는 

우리들의 소풍날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어. 오늘은 누나들의 소풍날인데, 너도 있었으면 같이 갔을 건데, 김밥 한번 제대로 싸주지 못했다며 눈물로 번져진 일기장과 너의 사진이, 우리 함께 찍었던 사진이.

사진 다 태워버렸지만, 다 같이 찍은 단 한 장의 사진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기억 속 어딘가에 자꾸만 사라져만 가는 모습들을 애써 기억해 보려고 꺼내어 본다.


나와 일곱 살 차이가 났던 너였기에, 내가 8살이 되었던 해에 작고 작은 인형 같은 너를

엄마가 빨래를 하러 나가면 내가 돌보았었고,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때가 내가 제일 많이 데려왔었고,

제일 큰 누나였기에 제일 많이 잘 따랐던 막내야.

몇 해 동안은 잊지 않으려고 달력에다가 생일까지 다 표시해두었었는데, 지금은 생일조차 기억이 나질 않아.

마지막 가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고, 너의 무덤 한번 가보질 못했어. 그래서 더 미안하고 미안하다.

언젠가 엄마와 함께 꼭 가볼게.


눈 내렸던 어느 날, 아들을 찍어준 사진을 보면서

우리 함께 눈놀이를, 눈싸움을, 같이 눈을 보았던 기억이 정말 없는 것 같아서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온다.

그래도 그래도 있지, 사고가 나기 전날은

우리 정말 정말 행복하게 싸우지도 않고 재미있게 놀았던 것만큼은 꼭 잊지 말고 기억해 줘.


먼 훗날 만나게 된다면 넌 그때의 모습 그대로 일까,

누나는 너무 늙어버려서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잘 기억해 두었다가 꼭 만나면 많이 많이 안아줄게.

우리 잘 알아볼 수 있을까.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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