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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Apr 29. 2024

못해 못해! 안 할래!

그녀들의 성화에 결국 건진 사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마지막 숙소에서.


포토스폿을 찾았다면서 정말 사진이 잘 나온다며, 잘 찍어주겠노라고! 함께 간 그녀들의 설득으로

결국은 처음으로 끈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 


루프탑 수영장이 있는 바로 옆의 작지 않은 공간에서의 사진과의 사투의 시간.

말레이시아의 마지막날의 하루는 어제 내린 비 덕분에 화창한 날씨를 보여주었다. 이날 먼저 몇백 장의 사진을 찍은 친구들은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피부 트러블이 살짝 생겼다는 후문이.

아마 나는 사진을 가장 짧게 찍은 것으로 기억된다. 민망하기도 했고, 어떻게? 못해! 못하겠어~ 라면서

그녀들이 포즈를 알려주고 천천히 걸어보라고도 하고, 옆에 짚어보라고도 했던 그 시간은

민망함과 긴장과 설렘과 묘한 감정들이 얽혀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사진이 몇 장 없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몇 장을 건질 수 있게 해 줘서 돌아보니 참 고맙다.

아마 평생 이런 사진은 안 찍었을걸.


커다란 야자수 나무 옆,  뜨거운 태양빛아래 실은 나도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어.라는 눈빛을 숨기고 싶어 선글라스를 썼다. 처음이라 시선처리 하기도 뭣하고 해서 쓴 이유도 있었지만.

아직 나는 나의 감정표현을 하는 것이 참 서투른 사람이구나. 마음속에 싫어도 아직도 싫은 내색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운 사람. 조금씩 나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평들이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아직 아니었구나 싶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어색한 것은 누군가에 의해 사진에 찍히는 것이다.

한때 참 셀카를 많이 찍던 나였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웃으며 셀카를 찍던 나는 어디 갔을까.

뭔가 자신감이 떨어진 것일까 

그래도 안 찍었으면 후회했을 그 시간이, 이렇게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또 찍으라고 한다면 못 이기는 척 찍어볼까?

그때도 또 고민할 것 같긴 하다.

찍고 싶으면서도.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노출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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